“그 분이 정말 장학금을 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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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정말 장학금을 냈습니까”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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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덕 현 편집국장

   
지난 일주일동안 시중의 화제는 단연 청주 대성고 총동문회장의 모교 장학금 기탁 얘기였습니다. 아무리 성공한 사업가라고는 하지만 30억원이라는 큰 돈을 범인들로선 쉽게 상상할 수 없을 뿐더러, 그것도 단박에 후배들을 위해 쾌척했으니 말입니다.

이 소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넘어 충격(!)으로까지 다가 왔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충북협회 사태가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누가 묻거나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대성고 총동문회장 정봉규씨를 얘기하면서 거의 빠짐없이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렸습니다. 여기에서 거침없는 비교 평가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누구는 이렇게도 하는데, 왜 그 분은 그렇게 밖에 못하는가....대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분은 본인의 선행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분 역시 지역사회 곳곳에 많은 기부를 했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에 앞장서 왔지만 이에 대한 시중의 반응은 어찌된 일인지 항상 시큰둥하기만 했습니다. 최근엔 그 분 측에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본인의 이런 치적을 꼼꼼히 적은 홍보전단을 시중에 무차별로 살포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받아 본 시민들은 참으로 난감할 뿐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을 대표한다는 분이 이런 식으로 드러내놓고 하는 자기자랑은 오히려 보는 이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이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충북에 무슨 선거가 있냐. 그 사람을 도지사로 뽑아야겠다. 좋은 일은 다 했더라.”

충청리뷰엔 요즘 아주 곤혹스러운 주문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그 분이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갖가지 사안들에 대해 사실확인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그 분이 무슨 건물을 지어 충북도에 희사했다는데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 어디 어디에 장학금도 냈다는데 진짜인지 알아 봐라, 이런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 분이 정말 장학금을 냈습니까?, 얼마나 냈어요?”를 반복해 물어야 하는 이런 몰상식한(?) 취재는 기자나 취재원 모두에게 심한 자괴감만 안겼습니다. 한 취재원은 다시 전화를 걸어 와 “장학금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내가 한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요구까지 했습니다.


사실여부를 떠나 참 그 분도 안 됐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분명 성공한 사업가로 성공한 삶을 일궈 왔는데 왜 주변사람들한테 그렇게 밖에 인식되지 못할까, 이런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충청리뷰도 이제 그 분과의 푸닥거리를 끝냈으면 합니다. 이미 그 분이 공식직함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이제 ‘명예로운 정리’를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결자해지, 그 분의 결단이 선행돼야 하고 아직도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바로 대성고 총동문회장 정봉규씨의 사례가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정봉규의 감흥을 바로 그 분한테도 느끼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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