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상품 앞 다퉈 출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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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상품 앞 다퉈 출시 중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11.1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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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채식하던 시대 옛말, 학교‧군대급식에도 채식식단 마련
중‧소기업 제품 비건시장 선점…충북업체 묘연

채식의 발견

채식에 대한 인식변화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비건페스타’에 소개된 비건제품들 /뉴시스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비건페스타’에 소개된 비건제품들 /뉴시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사회생활에서 채식은 걸림돌이었다. 오송의 한 제약회사에 다니는 A씨는 아토피에 채식이 좋다고 해서 몇 해 전 시도해봤지만 몇 달만에 포기했다. 회식야근으로 동료들과 식사자리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고기식단은 필수였다. 채식한다고 동료들에게 말해도 대부분 놀림 받기 일쑤였다고 씁쓸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제 숨어서 채식하는 시대는 끝났다. 학교 등 공공급식에서 채식식단을 마련하라는 요구들도 빗발치고 있다.

앞서 전북도는 2011년부터 20여 곳의 학교를 채식급식 시범학교로 정해 주1회에서 월2채식의 날을 운영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시범학교를 점차 늘렸다. 이를 벤치마킹해 서울인천경남울산 등에서도 채식식단을 마련했다. 최근 울산교육청은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고기 없는 날로 정해 채식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4월에는 녹색당이 학교급식에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5조 제2항은 식단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채식을 하는 학생을 위한 내용이 없어 위헌이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학교급식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법률에 따른 기본권 침해는 아니다는 의견으로 소를 각하했지만, 이미 채식으로의 변화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교뿐 아니라 군대에서도 올해부터 고기 대신 두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채식 급식방침이 신설됐다.

 

기업들 비건제품 출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시장에는 채식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채식인구를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시장규모는 2025년까지 3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고 말한다.

P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이 다양한 채식가공품, 반조리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어 최근에는 치킨햄버거피자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정형화된 채식제품을 출시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동향을 소개했다.

핵심은 대체육의 활성화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과 믿을 수 있는 식재료가 관건이다. 이에 식약처는 올 1‘2차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4년까지 5년간 콩고기를 비롯한 대체단백질식품과 바이오기술(BT)을 적용해 만든 첨가물에 대한 안전기준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안전성 평가체계, 위생품질유지 사용기준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의 진출은 시작됐다. 가장 먼저 지난 4월 버거킹과 KFC가 각각 자사의 대표상품을 채식으로 바꿔 출시했다. 버거킹의 채식패티 와퍼KFC비욘드 프라이드 치킨은 큰 인기를 끌었다. 10월에는 맥도날드가 2021년에 채식버거 맥플랜트(McPlant)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롯데리아도 지난 16일 식물성 단백질 버거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의 출시를 예고했다.

P사 관계자는 패스트푸드에서 제품을 내려면 고객의 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때가 됐다. 몇 년 사이 서울을 중심으로 채식식당들이 크게 늘었다. 그간 이들의 동향을 살피면서 고객 수요를 흡수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강점인 비용절감, 제품생산과 맛의 일관성, 재료의 신뢰도를 무기로 시장에 접근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충북은 비건기업 부족

 

우리나라 대체육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롯데,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이 제품군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CJ제일제당이 진천(CJ블로썸캠퍼스)에 조성한 식품통합생산기지를 중심으로 대체육 개발에 한창이다. 진천 식품통합생산기지는 약 10만평의 부지에 1조원을 투입해 햇반, 가정간편식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콩을 활용한 대체육에 대한 연구개발 단계로 내년부터 관련 상품들이 출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중소업체 베지푸드’, ‘비건팜등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청주 가경동의 한 채식뷔페 대표는 제품을 믿고 쓰는 게 어려운 일이다. 어떤 제품은 썼는데 문제가 생겨 최근에는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 받은 제품이나 채식동호회 등에서 추천받은 제품들을 하나씩 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비건인증원은 동물원재료 사용금지, 동물실험을 통해 만든 제품 사용금지, 제품의 생산시설의 교차오염 방지책 마련 등의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 대해 비건 인증마크를 발급하는 사단법인이다. 이곳을 통해 CJ, 청정원 등 식품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인증 받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가운데는 그나마 영동의 비건푸드가 소비자들에게 제법 이름을 알렸다. 이 업체에서 생산하는 감자라면, 채식라면, 건조콩고기, 채식천연조미료 등은 네이버 등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잘 팔리는 편이다. 박선재 대표는 “20년 넘게 업계에 종사하며 많은 어려움을 견뎌왔다. 그럴 때마다 제품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시장 저변이 확대되지 않아 소비가 없어 영업을 중단한 적도 있다이제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서도 소비시장이 커진 것을 실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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