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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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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랑
  • 정명숙
  • 승인 2006.09.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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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한다. 각각의 얼굴만큼 각양각색의 마음,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 그 바람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랑은 어디서든 불시에 기습적으로 만나고 너무 빨리 오거나 늦게온다. 젊은 날 태양이 빛나고 꽃이피고 파도가 해변을 쓸고 가는 것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던 가슴 설레던 사랑,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에서 만난 노을진 사랑은 그 때늦음의 잔잔한 위로와 쓸쓸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삶에 대한 강렬한 참여의 형태이다. 거기에는 환희뿐만 아니라 고통 역시 수반하게 마련이지만 마음을 열어볼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욕구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사랑받고 싶고 한 없이 주고 싶은 간절함은 삶의 에너지인 것이다. 그러나 영원을 꿈꾸는 사랑의 망상은 영원한 사랑을 보장하는 것 이 아니라 깊은 혼돈과 미움까지도 보장한다.

때로 심장이 찢어지는 아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랜 인내와 희생 기다림을 견디며 옴 마음 다해 사랑할 때 그 사랑은 마음 속 깊이 뿌리를 내린다. 사랑하고 꿈꾼자의 아픈 상처가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한줄기 빛으로 남아있지 않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어느날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다가와 한 줄기 바람으로 불어갈 때, 고단한 사랑의 흔적이 그늘로 남아 있는이가 조용히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흘리는 눈물 속에는 무덤덤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 찬란한 섬광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한껏 태우던 삶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랑했던 이유와 상대에게 극진할수록 자신은 초라해진, 극진함의 관계에서는 가난뿐인 시간들이 흔적으로 남아 아프고 그리워도 사랑은 또다시 가슴속에서 싹이트고 꽃이 피어 세상 모든 길이 그대에게 가는 길이 된다. 그리고 환희로 꿈틀대다 또 다시 눈물로 스러진다. 완벽한 사랑도 완벽한 행복도 없다, 노력할 뿐이다. 그것이 삶의 방식이다.

무엇이든 빠르고 크고 높게 물리적 효율성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시대에 사랑도 빨리빨리 숨이 턱까지 차올라 달콤한 향기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이 살며시 뿌리로 스며들 듯이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깊어지고 커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모습을 모두 얘기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이지도 만질수도 없으니 주관적이다. 그러나 생명을 잃지 않는 사랑, 가난해도 허기지지 않는 사랑을 꿈꾼다. 당당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선사하는 커다란 기쁨과 감동, 그리고 고통이야말로 삶을 포용하고 위로하기 위한 몸짓이므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누구라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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