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하이닉스 너는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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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이닉스 너는 뭐니!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09.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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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상 충북인뉴스 편집장
   
최근 청주공단 뒷편 서부우회도로를 달려본 시민들은 느닷없는 ‘살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공장 담장 수백m를 따라 쳐진 금줄에 색바랜 천조각들이 매달려 나부끼고 있습니다.

담장위에는 굵은 철조망이 빈틈없이 쳐졌고 군데군데 사설 용역경비원들이 밤샘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하청노조원들의 공장 침투(?)를 막기위한 철조망과 대화를 거부하는 원청회사에 대한 한을 적은 천조각이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세계 5대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매그나칩이 이런 식으로 외부와 차단된 모습은 해외토픽 사진감입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지난해 2조원 순이익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도 2분기까지 63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낸드플래시 제2공장 입지를 찾는다고 하니 충북도는 한껏 몸이 달아올랐습니다.

최근 충북도청 옆 상당대로를 지나본 시민들은 거북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습니다. 도청 담장 수십m의 철책이 흉하게 넘어져있고 서관 건물에는 허리가 잘린 대형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육중한 도청 정문은 굳게 잠겼고 담장을 따라 전투경찰대가 ‘인간 띠잇기’처럼 경비를 섰습니다. 하청노조원들은 도청앞 인도에서 노숙을 하며 옥상 점거 농성자들과 고통을 함께 하는 처연한 모습이었습니다.

맑은 고을, 청주에서 한가지 이슈를 놓고 1년 9개월 동안 거리시위를 계속한 것은 최장 기록일 겁니다. 이제, 하청노조는 실업급여도 끊겼고 회사측 손배소송에 따라 법원의 아파트 압류통보를 받은 노조원도 있습니다. 사태해결을 위한 충북도, 시민단체, 범도민 중재위의 노력은 회사의 ‘버티기’에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100여명의 노조원과 가족들은 실직의 아픔속에 다가오는 3번째 겨울에 한껏 몸이 졸아들었습니다.

바로, 우리 곁에서 눈으로 확인한 두가지 장면을 잠시 겹쳐 보았습니다. 굳게 닫힌 회사의 침묵과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원의 절규도 가슴에 담아보았습니다. 하이닉스 노사분규에 대한 칼럼·기사를 몇차례 써온 필자는 사실 더 이상의 얘기가 민망합니다. 1년 9개월간의 긴 대치속에 필자의 글 또한 무의미한 그 무엇이었다는 자괴감 때문입니다.

<충북인뉴스> 기사검색을 해보니 하이닉스 노사분규 관련기사가 무려 100여건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화가 납니다. 100번이 넘는 잔소리와 주문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 현실앞에 ‘화를 주체하기 힘든’ 제 속내를 고백합니다. 전남 순천에서는 지난 5월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사분규가 1년만에 해결됐습니다. 순천시장이 앞장서서 원청·하청회사와 노조를 한자리에 모아 원직복직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청주에서는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원청회사와 하청노조가 대화 테이블에 한번 앉아보질 못했습니다. 장기간 옥외집회 과정에서 노조지회장 등 2명이 옥에 갇혔고 집시법 전과자가 10여명이 넘습니다. 도청 옥상 농성자 12명도 구속되거나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왜, 청주와 순천의 상황이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는 지, 답답합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청주가 너무 화를 낼 줄 모르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쯤에서, 우리 함께 화 좀 내 봅시다. ‘야, 하이닉스 너는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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