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상태바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9.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옥균 교육부 기자
봉사활동이라 하면 흔히들 거창한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막연히 큰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을 것 같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이라며 당장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자위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취재과정에서 산남동 ‘사랑의 울타리’ 쉼터를 운영하는 트르와 사랑의 성모 수녀회 안젤라 수녀와 자원봉사자들, 또 한편에서 ‘사랑의 울타리’를 후원하기 위해 색소폰 연주 음악회를 연 청주색소폰앙상블 동호회를 만났다. 약간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모두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사랑의 울타리’를 꾸려나가고,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이 올곧게 커가는 것을 돕기 위한 사람들이다.

안젤라 수녀를 비롯한 수녀원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아이들을 위해 인생의 1/3을 희생한다. 오후 2시에 쉼터로 출근한 수녀들은 밤 10시가 되서야 수녀원으로 돌아간다. 이제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스물다섯의 아나스타샤는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쉽진 않았을 텐데 조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안젤라 수녀는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13년동안 프랑스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아랍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봉사에 대한 열정은 점점 커져 누구보다도 진실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긴다. 이 곳에 자원봉사를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생, 학교를 마치고 짬을 내 아이들에게 공부, 노래, 춤 등을 가르친다.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한번도 약속을 거르지 않고 자원봉사를 나선다.

이들은 부유하지 않다. 하지만 벌써 몇 해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신의 삶의 일부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길이다. 봉사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쉽진 않다.

이렇게 자신의 생을 바쳐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청주색소폰앙상블 동호회가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의사·약사·사업갇자영업자 등 청주색소폰앙상블 동호회원들은 중산층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봉사가 값지지 않은 것일까?

취미생활을 봉사의 기회로 만든 이들의 봉사활동 또한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더 많은 부를 영위하고 있거나 더 많은 시간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취미로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한다는 발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다.

그동안 자원봉사자나 봉사단체를 취재를 하면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지속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한결같이 쏟아내는 말이 있다. “봉사를 통해 참된 행복을 느끼고,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나를 위한 봉사활동”이라고 그들은 담담히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