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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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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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 환(충청대학 교육지원실장)
   
‘충북지역 전문대학 충원율 전국 최하위’라는 기사가 지난 몇 일간 지역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이 기사를 접하며 지역의 전문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씁쓸하기만 했다. 어림짐작으로 우리지역의 전문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애를 먹고 있겠다고는 생각 했는데 막상 결과를 접하니 심각성이 더해졌다.

특히 우리지역보다 충원에 더 애를 먹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전라도나 강원도, 경상북도 지역보다도 전문대학의 충원율 평균에서 뒤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반면 우리지역의 4년제 대학은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 충원율로 전문대학과 대조를 보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충청대학은 전국의 전문대학중에서는 최상위클래스에 속한다. 충청대학은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 개선에 노력한 결과 매년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고 취업률은 전국 톱이다. 지난 2001년도에는 전국 지방대학(4년제 포함)과 전문대학에서는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졸업식을 방문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지난 83년 개교, 23년 동안 3만 5천여 명의 산업인력을 배출하며 지역 산업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했다. 이 정도면 학생이 넘쳐나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다.

지역 전문대학의 충원율이 낮은 이유는 대학 모집인원 대비 고교 졸업생의 숫자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있다. 우리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하는 학생은 1만8천정도인데 지역소재 대학이 뽑는 신입생 수는 2만8천여 명으로 약 65% 정도에 그친다. 또 하나는 수험생들의 4년제 및 수도권 선호 현상이다. 지역에서 졸업하는 학생도 태부족인데다 수험생들은 수도권과 4년제를 선호하다보니 이래저래 지역 전문대학은 입시자원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국 지방 전문대학의 충원율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 등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는 충원율이 100%인 반면 충북과 강원도, 경상북도 등은 70~80% 수준이다. 대학이, 특히 일부 지방 전문대학들이 충원율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충북지역의 원인과 같이 고교 졸업생수보다 대학에서 뽑는 신입생 수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이 많이 생겨난 것까지는 좋은데 과해서 탈이 생겼다. 전국에는 4년제와 전문대 등 350개 이상의 대학이 있고 이들 대학들이 모집하는 신입생 수가 고교졸업생 수 보다 많다.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이라 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순기능이 역기능에 묻혀버리는 현상을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고등교육을 누구나 받게 되면서 사회가 왜곡되고 있다. 고학력자는 양산되지만 실력이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학력 괴리현상과 높아진 학력으로 구직에 대한 눈높이만 높아져 실업률은 높은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현상, 3D 기피 현상은 점점 깊어만 지고 있다.

고등교육은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디딤목이다. 우리 대학들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변화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많은 대학은 ‘충원’에 발목이 잡혀 변화에 뒤쳐지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등 교육집단 본연의 일은 뒤로 밀리고 학생모집에 올인해야 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넘쳐 해가 되게 하기보다는 적정의 수위를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국가 발전의 키워드다. 경쟁력은 ‘겨루어 다투어 이길 수 있는 힘’이다. 대학이 ‘충원’의 늪에서 벋어나 교육의 질을 다투는 경쟁의 시기가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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