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봤나, 쑥부쟁이 머핀·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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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봤나, 쑥부쟁이 머핀·쿠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1.1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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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엽 (주)농업법인 구례삼촌 대표 세상에 없던 요리 개발
청주에서는 외국어학원 운영, 구례 내려가 요리연구가로 활동
이명엽 대표

 

2021 도전하는 사람들
이명엽

이명엽(69) 씨는 요리연구가다. 그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쑥부쟁이로 30여 가지의 요리를 개발했다. 쑥부쟁이 머핀·쿠키·샐러드·국수·비빔밥·각종 차 등과 비누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주력상품은 특허를 받은 머핀과 쿠키다. ‘구례삼촌’(www.구례삼촌.com)이라는 농업법인 대표인 그는 머핀·쿠키와 나물비빔밥 5종 세트를 판매한다. 요즘은 온라인시대라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쑥부쟁이 쿠키
쑥부쟁이 쿠키
쑥부쟁이 머핀
쑥부쟁이 머핀

 

이 대표가 지금 사는 곳은 전남 구례군이다. 남편인 김동환 전 청주대 교수와 함께 미국·영국에서 10년, 청주에서 31년을 살고 지난 2011년 10월 구례로 이사를 갔다. 정년퇴직한 남편과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마침 구례군이 조성을 시작한 예술인마을에 집을 지었다. 그는 천연염색 작가다. 그러나 어찌된 게 덜컥 일을 벌이고 말았다.

이 대표는 청주에 살 때 외국생활 경험을 살려 방송국의 중학생 퀴즈 영어강사, 충북경찰청 영어 통역위원, 외국어학원장 등을 했다. 옛날부터 요리 실력이 빼어나 요리강사도 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제과·제빵 과정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케익쇼에 출전해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호텔외식산업학과와 한방바이오학과에서 공부했다.
 

쑥부쟁이와의 운명적 만남

실제 그가 한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이명엽 표’ 요리에 놀란다. 그는 또 직접 천연염색한 천으로 딸이 결혼할 때 이불·베개·한복·보자기·가리개·주머니 등을 만들고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한마디로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구례에서 쑥부쟁이를 만나면서부터다. 여유로운 시골생활을 하던 중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지리산 자락인 구례에는 나물이 많다. 그래서 백세나물연구회라는 모임에 들어갔다. 가보니 식당하시는 분들의 모임이었지만 나물에 대해 알고 싶어 계속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군 행사 때 이 모임에서 음식을 차리게 됐다. 쑥부쟁이를 활용해 갖가지 음식을 하고, 그 위에 꽃 장식까지 했더니 구례군과 농업기술센터에서 깜짝 놀라는 게 아닌가.”

그 때 마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는 쑥부쟁이를 특화작물로 지정하고 뭔가 제품을 개발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쑥부쟁이는 구례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이다. 봄에 가장 먼저 나오고 비타민C와 칼슘, 철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풍부한 칼륨 성분으로 나트륨 배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동의보감에는 해열제, 이뇨제 효과가 있다고 나온다. 맛은 쌉싸름 하면서 향기가 난다.

또 구례는 우리밀 주산지다. 그래서 쑥부쟁이와 우리밀이 만나 융복합산업이 탄생하게 된다. 당시는 전국적으로 6차산업, 지금의 융복합산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던 때였다. 농업기술센터는 이 대표에게 쑥부쟁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을 제안했고 양 측은 의기투합해 일을 시작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머핀과 쿠키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농가수입을 올리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구례군과 농업기술센터에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쑥부쟁이 카페를 지었다. 시행착오 끝에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토종 밀에 유정란, 우유로 반죽하고 무농약 쑥부쟁이 분말과 몇 가지 건강한 식자재를 넣어 머핀과 쿠키를 만들었다. 반죽할 때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는다. 또 찰보리를 이용해 당뇨병환자들이 먹을 수 있는 무가당 머핀도 개발했다.” 이 때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세계농업기술기술상 기술개발부문 우수상, 6차산업 우수사례 농촌진흥청장상 등을 수상했다.
 

지리산 자락 나물로 만든 비빔밥

한동안 쑥부쟁이 카페에서 차와 머핀·쿠키를 선보였던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또 한 번의 모험을 한다. 몇 명이 함께 운영하던 법인 ‘구례삼촌’을 단독으로 인수한 것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면서 우여곡절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5가지 비빔밥 세트를 내놨다. 쑥부쟁이·무시래기·뽕잎나물·인삼·곤드레나물 비빔밥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캔 나물을 건조시켜 언제든지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게 한 것.

그는 “쌀에 비빔밥 재료를 넣고 밥을 하면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사시사철 나물 비빔밥을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쑥부쟁이 비빔밥 재료에는 쑥부쟁이 외에 말린 무·당근·버섯이 함께 들어 있다.

이 대표의 목표는 쑥부쟁이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강원도 곤드레나물은 알아도 전라도 쑥부쟁이는 몰라 본인이 나섰다고 한다.

그가 지리산 관광객들이 연중 몰려드는 구례군 식당가에 쑥부쟁이 비빔밥, 쑥부쟁이 밥상, 지리산 꽃나물 밥상 등의 메뉴를 개발해 유통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2017~2018년 ‘가장 구례다운 밥상’을 만들어 6개 식당에 보급했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보다는 구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놓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여기서도 쑥부쟁이 비빔밥에 꽃 한 송이, 꽃나물 밥상에 알록달록 꽃 장식을 하는 그의 특기가 발휘됐다.

쑥부쟁이 카페
쑥부쟁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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