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걸으며 나 자신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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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걸으며 나 자신 만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1.1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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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트레킹’ 도전해 4300km 완주한 정기건 씨
‘산’관련한 유튜브 '산땅크'운영, 영상제작일 시작

2021도전하는 사람들
정기건

 

25살이 되던 해 청년은 ‘PCT 트레킹을 하기로 결심했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4300km를 걷기로 한 것. 그는 이 여행을 위해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정기건(29)씨의 ‘PCT 트레킹20173월에 시작해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당시 청주대 체육교육학과 재학생이었던 그는 트레킹을 준비하기 위해 따로 산악 동아리 활동을 했다.

‘PCT 트레킹’에 도전해 4300km를 완주한 정기건 씨는 올해 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와우팟’에서 영상제작피디로 일하기로 했다. 또 산에 관련한 유튜버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PCT 트레킹’에 도전해 4300km를 완주한 정기건 씨는 올해 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와우팟’에서 영상제작피디로 일하기로 했다. 또 산에 관련한 유튜버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최근 ‘PCT 트레킹에 도전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이상북스)가 발간됐다. CJB청주방송에 재직했던 황상호 기자가 에디터로 나서 책을 엮었다. 우리나라에서 ‘PCT 트레킹을 완주한 10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기건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PCT를 완주한 10명의 하이커와 PCT에서 영면한 남편을 대신해 펜을 든 아내, 그리고 삶의 다양성과 사회적 기여를 추구하며 활동하는 트레일 엔젤의 에세이 12편을 수록한 이 책은 현재 한국 온라인 서점과 LA에 위치한 갤러리 파도(PADO)에서 한정 판매되고 있다.

정 씨는 일주일 정도 내내 걷고 시골 마을로 내려와 몸과 마음을 충전한 뒤 다시 또 걸었다. 나 자신의 욕망과 계속해서 싸웠던 것 같다. 기본적인 욕망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편하게 씻고, 자고, 먹고 싶은 욕구와 부딪쳤다고 말했다.

 

배낭의 무게를 줄여라

 

백패킹을 하기 때문에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는 제일 먼저 버렸던 건 영어사전이었다. 처음 배낭의 무게는 25kg 정도였는데 침낭과 옷가지, 코펠, 버너, 텐트, 한 달치 식량을 담았다. 산행을 하면서는 일주일 식량을 가방에 담았다. 건조식을 주로 먹었다. 산길을 다니다 히치하이킹을 통해 마을로 내려갔다. 이 과정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나중엔 텐트도 버렸다. 좀 더 가벼운 걸로 마을에서 구입했다.

긴 시간 그는 걷고 또 걸었다. 가장 힘든 건 외로움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길을 걸으면서 나 자신을 알고 싶었다. 동행자가 있더라도 다 걷는 속도와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혼자 걸어야 한다.”

그가 이 여행을 계획한 데는 영화 와일드도 한몫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와일드에서 여주인공은 생사를 넘나드는 절대 고독의 공간 PCT를 완주한다. 수 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자연 속에서 주인공이 치유의 메시지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대자연의 숨결 느껴

 

PCT는 등산로와 눈 덮인 고산 지대, 아홉개의 산맥과 사막,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까지 인간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자연 환경을 거치고서야 완주할 수 있다. 정 씨는 길을 걸으며 사계절을 다 만난 것 같다. 처음엔 한여름과도 같은 사막을 만났고, 그 다음엔 겨울과 같은 설산이 나타났다. 숲과 같은 가을이 이어졌다. 화산지대도 건넜다고 말했다.

정기건 씨는 6개월 동안 절대고독의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정기건 씨는 6개월 동안 절대고독의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PCT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도 쉽지 않은 코스다. 또 폭설이나 화재와 같이 뜻하지 않은 재해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도 한다. 연간 약 125명이 겨우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극한의 길이다.

3개월 정도 됐을 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었던 길을 되돌아보니 포기할 수 없었다. 트레킹은 ‘PCT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졌다. GPS시스템을 통해 길을 걸었다. 길마다 나무표지판이 서 있고, 또 중간에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전적으로 GPS에 의존해야만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정 씨는 사막을 지나 해발 3000~4000m나 되는 설산을 만났다. 설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설산에 필요한 등산장비를 빌려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LA에 거주하는 한인 한분이 연락을 해왔다. 고어텍스 장갑, 바지, 얼음도끼 등등을 화물로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도움을 주는 손길이 있었다고 말했다.

 

‘PCT 트레킹’을 통해 만난 대자연의 풍경.
‘PCT 트레킹’을 통해 만난 대자연의 풍경.

 

그는 걸으면서 대자연을 날 것으로 만났다. 사슴, 벌새, 초대형 솔방울, 조슈아트리, 선인장 등 자연이 빚어낸 동식물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막에선 엄청난 굉음을 내는 방울뱀을 보았고, 눈 앞에서 곰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마음 속 잊지 못할 풍경을 새긴 그는 다시 대한민국 행 비행기를 탔다. “다시 오니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취업준비생이었고 앞길이 막막한 청년이었다.”

잠시 방황하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그는 2019년 산에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돌아왔다. 현재 유튜브 채널 <산땅크>를 운영하고 있다. 또 얼마 전 청주지역에서 유튜브 전문채널을 운영하는 와우팟에 입사했다. 정 씨는 산에 관한 것들을 영상물로 제작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힌다. “4300km를 걸었던 시간과 생각들이 몸 어딘가에 스며있는 것 같다. 그 때로 돌아가 다시 걸으라고 하면 또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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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0km의 고독한 길 ‘PCT’

 

미국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PCT)는 국유림 25개 국립공원 7, 2659마일(4279)에 달하는 지옥의 코스이다. 멕시코 접경지대인 샌디에이고 캠포(Campo)를 시작으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를 거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매닝공원에 도착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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