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권도 예외 아냐…정시모집 지원율 전년보다 하락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결과를 보면 지역 대학의 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학가에서는 이미 지역대학 ‘미달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대학들이 2021학년도 정시모집 지원을 마감한 결과 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4대1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지방소재 대학 중 57%는 3대 1도 안 되는 경쟁률을 기록해 당장 학생 충원에 빨간불이 커졌다.
또 17개 대학은 경쟁률 1대 1에도 못 미쳐 지원 학생이 모두 등록해도 미달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 중에는 국립대도 12곳이나 포함됐다.
이번 정시 모집에서 수험생은 '가·나·다'군에서 1곳씩 세 번 원서를 낼 수 있었다. 정시모집에선 이처럼 수험생 1인당 3개 대학까지 지원이 가능하기에 3대 1 미만 대학은 사실상 미달로 분류한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전국적으로 6만 3000여명이 감소했다.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이월 인원이 전년보다 많이 늘어난 점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전국 200개 대학에서 수시모집에서 선발하지 못해 정시모집으로 넘어간 이월 인원이 3만 7709명으로 전년(2만6934명)보다 40%(1만 775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대학 충원 확보 비상
‘벚꽃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전망은 올해도 빗겨가지 않았다. 영남권 4년 제 대학 대부분이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충청권도 마찬가지다.
17일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정시 모집결과 충남대는 1711명 모집에 모두 5653명이 지원하면서 3.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지난해 3.76대 1보다 소폭 하락했다. 한밭대도 495명 모집에 1355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2.74대 1로, 지난해(3.93대 1)보다 하락했다. 경쟁률이 3대 1을 넘어선 대학은 지역 거점국립대인 충남대와 사립대 2곳(우송대, 대전대) 뿐이다.
충북권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충북대는 모집정원 1천243명에 5307명이 지원해 4.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 5.65대 1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청주대 경쟁률도 3.81대로 지난해(5.35대 1)보다 다소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원대도 지난해(4.73대 1)보다 낮은 3.72대 1을 기록했다. 한국교통대도 2.34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작년 경쟁률 3.05대 1보다 낮았다. 한국교원대와 청주교대는 올해 각각 3.84대 1, 2.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충북에서 3대 1 경쟁률은 넘긴 대학은 충북대, 청주대, 서원대, 한국교원대였다.
‘당근’제시해도 학생 안 와
일부 대학들이 정시 모집 과정에서 파격적인 혜택으로 장학금과 공짜기숙사 제공을 비롯해 입학선물로 신형 아이폰 지급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이라는 큰 파고를 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학생 수가 감소할수록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내 대학관계자는 “수험생 유치가 어렵고 코로나19 여파로 홍보도 쉽지 않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올해 교육부는 전체 대학에서 7만 명 이상의 미충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9년에 발표한 학령인구 변화에 따른 대학 입학자원 추이에 따르면 2018년 대입정원(49만7218명) 대비 올해 입학자원은 42만893명으로 7만6325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미충원 규모는 2022학년도 8만5184명에서 △2023학년도 9만96305명 △2024학년도 12만374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6학년도엔 8만9799명으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지역 대학가에서는 “벚꽃피는 순서와 상관없이 다 망한다”는 말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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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학 위기 가속화
‘미네르바 대학’ 등 새로운 대학의 출현
대학의 상징은 캠퍼스였다. 대학교 하면 먼저 캠퍼스를 누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학의 캠퍼스는 각 가정의 컴퓨터로 옮겨왔다. 캠퍼스가 없어도 되는 시대가 코로나19로 도래한 것이다. 지난해 대학들은 다양한 비대면 강의 플랫폼을 통해 전공수업을 하고 과제 제출 및 평가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게다가 공유·개방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지역 대학의 입지는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모 씨는 “학교에 거의 안 갔다. 굳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검색만 해보면 타 대학이나 학자들의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지 않나.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질서를 깨는 새로운 대학도 나타났다. 학자들은 코로나19로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미네르바 대학은 강의실도 도서관도 없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가 전부인 대학교인데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IT 기업 CEO(벤 넬슨)와 하버드대학교 사회과학부 학장(스티븐 코슬린)이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개교 4년 만에 약 2만여 명이 지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을 마친 뒤,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독일(베를린), 영국(런던), 인도(하이데라바드), 대만(타이페이), 한국(서울) 등 7개 국가에서 각 4개월씩 3년을 보내야 한다.
미네르바 대학은 강의당 수강생이 18명을 넘지 않고, 수업료가 저렴하다. 세계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미네르바의 입학 전형 질문은 △기대수명이 30살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 왜 지혜로운 노인만 있는가, 젊은이는 지혜로울 수 없는가? △ '당신이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그냥 그렇게 살도록 놔둬라'는 일본속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하라는 것이다. 캠퍼스가 없지만 하버드대보다 들어가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