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충주역, 디자인 설계 무엇을 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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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충주역, 디자인 설계 무엇을 담을까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02.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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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형상화 초안 전해져…충주시·철도공단 “정해진 것 없어”
현재 충주역 전경.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신축되는 충주역의 외관 디자인 초안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충주역 신축 사업은 중부내륙선 철도 개통에 맞춰 추진되고 있다.

충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국가철도공단은 충주시청을 찾아 충주역 신축에 따른 외관 디자인 초안을 제시했다. 이날 공단은 용역사를 대동해 충주시 경관자문위원회에 가야금 형상화를 기초로 한 3가지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일부에선 우륵이 충주시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가야금 형상이 충주역 건물에 이용된다면 자연적으로 우륵 인물과 연결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삼국사기 기록을 들어 우륵은 가야금을 만든 것이 아니고 가야가 어지러운 틈을 타 신라로 가야금을 갖고 나온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야금을 만든 가실왕이 곡을 만들어 연주해 보라는 명을 내렸으나 신라로 이탈한 인물이란 점에서 한계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가야금을 형상화한 충주역 건물이 들어선다면 충주의 얼굴이자 랜드마크로 인식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인물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지금의 선양사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신설 충주역에 가야금을 입히는 것은 우륵을 형상화하는 것과 다름없어 격에 맞지 않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이며 아나키스트인 우근(友槿) 류자명(1894~1985) 선생의 정신을 역 건물에 담아내자는 제안을 했다. 충북환경연대 박일선 대표는 중부내륙선 철도의 모든 구간이 완공되고 충북선철도 고속화 사업이 준공된 뒤 훗날 충주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대륙을 달릴 것을 생각해보라고 제안했다. 충주역을 통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파리까지 닿는 열차를 떠올린다면 류자명 선생을 역 건물에 담아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류자명 정신 등을 담자”

류자명은 자신이 태어난 충주에서 농업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3·1운동이 일어나자 만세운동을 계획하다가 발각돼 서울로 피신한 뒤 상해로 망명했다. 망명 뒤 임시의정원 의원과 의열단 김원봉의 참모장 등을 맡아 신채호 등과 교유하며 의열투쟁의 이론을 정립한 인물이다. 해방 이후 원예학과 교수로 명성을 날리며 중국에도 많은 제자를 남기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 대표는 남북한과 중국에서 모두 훈장을 받은 국제적 인물인 그를 충주역 건물에 어떤 식으로든 녹아내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의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이며 그의 유해는 2002년 대전국립현충원에 모셔졌고 200여 점의 유품은 2006년부터 충주시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며 선양사업이 부진함을 안타까워 했다.

무엇보다 박 대표는 공모 절차 등을 생략하고 진행되는 충주역사 디자인 절차의 폐쇄성을 비판하고 있다. 먼저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해 나갔어야 하는데 초안이 마련되는 시점에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따라서 박 대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충주역사 디자인 설계의 내용과 절차적 부당성 등을 제기해 시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디자인은 전문 영역이지만 그 안에 담길 주제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질책이다. 반드시 외관 디자인에 류자명 선생의 얼굴 등을 새기자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역 내에 전시 형태로 담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예시하기도 했다.

“유행 아닌 디자인으로”

아울러 그는 “충주인의 대몽항쟁은 세계사에 길이 빛날 사건”이라며 “충주인들의 저항은 고려가 몽골제국의 식민지가 되는 걸 막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마즈막재에 있어 접근성이 부족한 대몽항쟁비를 충주역 광장으로 이전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위대한 역사를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야금 형상화를 기초로 한 충주역 디자인 초안에 대한 이런 논란에 대해 충주시 관계자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해진 게 아니고, 철도공단의 보안 사항이라 알려주기 어렵다”며 난감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에 대해 말해봤지만 (철도공단이) 가야금으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디자인 초안 설명회가 끝난 뒤 철도공단 측은 관련 자료를 모두 수거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가지 초안은 모두 가야금을 형상화 한 것이고 또 다른 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충주시와 협의해 가면서 디자인 안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시와 또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류자명 선생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삼일절을 앞둔 시점에서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와 길경택 예성문화연구회 회장은 한목소리로 제대로 된 선양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지는 다음호에서 류자명 선생을 재조명하고 그에 대한 선양사업 정체 원인 등을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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