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더라
상태바
온라인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더라
  • 충청리뷰
  • 승인 2021.03.03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여행 얘기 ‘맘껏’

 

오디오 SNS플랫폼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뜨겁다. 올해 설 연휴 기간 국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각광받고 있다. 최태원 정용진 정태영 등 기업가들을 비롯해 연예인 정치인 등 국내 유명인들이 두루 이용하면서 새로운 ‘인싸앱(인사이더들의 어플리케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IOS(아이폰 운영체계)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클럽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하게 될까? 모든 미디어는 영향력이라는 면적을 넓히고 신뢰라는 높이를 높이는 것을 욕망한다. 미디어의 면적을 넓히는 것은 재미다. 그리고 미디어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콘텐츠의 질이다. 클럽하우스는 둘 다 성공적으로 만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클럽하우스 앱에 들어와서 몇 시간 이상 빠져 지낸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절대로 끌 수 없는 라디오’가 되어가고 있다. 이 클럽하우스가 어디까지 성장할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각의 시대 다시 연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는 청각의 시대를 다시 열었다(청각이 자기 몫을 찾았다). 오감의 왕인 시각을 조연으로 밀어내고 청각을 주연으로 복귀시켰다. 클럽하우스 이용자는 오디오를 중심으로 이용하면서 인스타그램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시각 과잉에 시달리고 있던 사람들이 클럽하우스 덕분에 스마트폰 화면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으며 시각 독재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디어학자인 마샬 맥루언은 1960년대 <미디어의 이해>에서 우리는 “시각의 시대에서 청각과 촉각의 시대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클럽하우스는 그의 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청각은 촉각적이다. 청각이 촉각적이라는 것은 따뜻함이다. 목소리는 인간의 온도를 전한다. 그 전의 SNS 플랫폼은 온도가 인간의 온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다 읽은 책을 안 쓰는 캐리어에 넣어 기증하는 캐리어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 혹은 지역문화 기획자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다 읽은 책을 안 쓰는 캐리어에 넣어 기증하는 캐리어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 혹은 지역문화 기획자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인간의 온도에 가까운 SNS 플랫폼이라는 것의 의미는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것이다. 신뢰도는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보장한다. 클럽하우스 헤비 유저가 된 사람들 중에는 이것을 이용하고부터는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가 마치 마네킹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글이 아니라 말로 사람들과 즉석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여기서 ‘클럽방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주축이 2030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발언 이전에 '경청'을 중시하고 발언권의 '공정'을 구현하려고 애쓴다. 장황한 말하기가 아니라 요약적, 적확한 말하기를 선호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를 지향한다.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4050 세대는 이들이 정립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다.

SNS 플랫폼은 크게 아카이빙형 SNS와 네트워킹형 SNS로 나뉜다. 성을 쌓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와 길을 내는 SNS로 비유할 수 있는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전자고 트위터나 클럽하우스는 후자다. 클럽하우스는 본질적으로 네트워크형 SNS라 개인이 더 많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할수록 네트워크 전체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트위터에서 팔로워가 많은 사람만큼 영향력이 큰 사람은 리트윗(전달)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클럽하우스도 비슷하다. 팔로워가 많은 유명인보다 클럽방 이곳 저곳을 드나들며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헤비 유저가 큰 영향력을 끼친다. 그가 이용하는 클럽방이 팔로워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행 얘기 나누는 클럽방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클럽하우스의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 인간의 온도로 전하는 입소문이 빠른 곳이다.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부상 중인 디즈니가 클럽하우스화 된다면 단시간에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들 역시 클럽하우스의 이런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검색 기능이 더해진다면 라이브커머스와 연계되어 ‘입소문+검색+구매’로 이어지는 슈퍼앱이 탄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이 클럽하우스에서 하루에 한 두 번씩 클럽방을 열고 있는데 두 종류의 방을 열고 있다. 하나는 ‘여행감독의 클하 게스트하우스’라는 제목의 여행 관련 클럽방이다. 클럽하우스 이용자 중에서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심야에 게스트하우스처럼 편하게 드나드는 방이다. 여행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들어보고 싶어서 만든 클럽방인데 여행으로 구현하고 싶은 ‘길 위의 살롱’을 그대로 옮긴 방이다.

다른 하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지방의 문화기획자 혹은 청년 귀촌인들과 만나는 방이다. 국내 여행을 기획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 만든 방인데 ‘나의 로컬 분투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로컬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람들의 비결을 정리할 수 있었다. 대략 7가지 정도가 꼽혔다.

1) 그곳이 진짜 좋아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2) 그곳에 내려가도 생업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개발했다.
3) 사람들과 SNS로 잘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외로울 겨를이 없다.
4) 외부에서 현지로 자신을 찾아서 사람들이 온다. 자신만의 매력이 있다.
5) 자신을 찾아온 지인들에 놀러가면 그들이 칙사대접을 해준다. 로컬에서 전국구로 살아간다.
6) 도시의 문화공간이 아쉽지 않다. 그런 공간이 없어도 충분히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
7) 나만의 미션이 있다. 그래서 지치지 않는다.
 

클럽하우스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해남 땅끝 스테이’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해남 답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해남 섬(임하도)의 폐교에 예술 레지던시를 운영 중인 행촌문화재단의 관계자와 연결이 되었다. 행촌문화재단은 ‘남도 수묵 기행’을 진행했던 곳이어서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다 읽은 책을 안 쓰는 캐리어에 넣어 기부하는 ‘캐리어도서관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책캐리어 한 세트를 기증했다. 행촌문화재단에서도 답례로 삼산막걸리를 챙겨주어서 자연스럽게 다음 인연을 서로 기약했다. / 고재열 여행감독
 

해남 해월루에서 ‘길 위의 살롱’을 위해 플라멩코 무용가 최원경 씨가 공연하는 모습. 이 공연소식을 클럽하우스 ‘예술가들의 수다방’에 알리고 다른 예술가들의 참여 약속을 받아냈다.
해남 해월루에서 ‘길 위의 살롱’을 위해 플라멩코 무용가 최원경 씨가 공연하는 모습. 이 공연소식을 클럽하우스 ‘예술가들의 수다방’에 알리고 다른 예술가들의 참여 약속을 받아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