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예술단, ‘약골’로 만들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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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예술단, ‘약골’로 만들지마라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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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북인뉴스 편집장
   
1년간 상임지휘자없이 부지휘자 체제로 운영됐던 청주시립교향악단과 시립국악단의 새 지휘자가 결정됐다. 비정상적 체제로 운영돼온 두 공연단이 정상의 틀을 마련하게 된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시립국악단의 경우 아무리 짚어봐도 정상화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순리인데, 시립국악단 지휘자 선정은 딴판이었다. 시립국악단 노조와 불화로 물러났던 전 지휘자가 재선임될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선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 예술인도 아닌 필자가 지휘자 공모에 나선 신청자들의 역량을 평가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다름아닌 ‘청주시립예술단’이기 때문에 시민이 꿈꾸고 원하는 지휘자의 모습은 알고 있다. 지난 2년간 단원들과 끊임없는 불화를 겪다가 재계약을 하지 못해 10개월간 지휘자 공백사태를 맞게 된 시립국악단.

불화의 단초는 작년도 상임단원 공채과정의 부정의혹이었다. 당시 금품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던 비상임 단원의 어머니는 필자의 취재과정에서 순순히 의혹내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정작 수사기관의 출두요구 때는 ‘딸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며 뜻을 꺾었다. 결국 경찰의 공채비리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고 경찰에 진정을 냈던 국악단원 2명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당해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지휘자는 사법기관을 통해 ‘명예회복 했다’고 주장하겠지만 당시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던 어머니를 취재한 기자로써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상임지휘자 공모에 신청한 자체부터 동의하기 어렵다. 많은 단원들과 그 정도의 갈등을 겪고 떠나야 했던 장본인이 또다시 그 자리로 오고자 하는 의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결과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시민이 필자같은 유별난(?) 사람들 뿐일까.

이번 청주시의 상임지휘자 공모는 절차부터 비정상적이었다. 당초 공고안에는 서류전형으로 선발한다고 해놓고 신청마감후 2차 실기오디션을 보겠다고 방식을 바꿨다. 결국 시립교향악단의 경우 7명의 신청자 가운데 서울대 교수가 실기오디션을 포기했다. 시립국악단은 5명의 신청자가 가운데 비중있는 인물로 꼽혔던 서원대 교수가 ‘제자와 함께 오디션을 볼 수는 없다’며 막판에 고개를 돌렸다.

청주시립예술단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지휘자와 단원간의 갈등을 막기위해 지난해 12월 최고 자문기구인 운영위원회는 지휘자를 영입방식으로 선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의 인맥과 연고에서 자유로운 중견 예술인을 과감하게 영입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느닷없이 2차 실기오디션을 끼워넣으면서 운영위원회의 제안은 공염불이 되버렸다. 더구나 뒤늦게 실기오디션을 밀어부친 배경이 남상우 시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청주시의 수장이 유일한 자문기구인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묵살한 셈이다.

개방형 공무원임용제를 통해 행정직에도 외부 인사영입을 추진하는 마당에 전문예술인 공모에 단체장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적절치않다. 적어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으면 그 의견에 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내가 왜 이 자리에 나왔나 싶더라. 지휘자 선정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미 심사위원단 점수에 따라 최종 추천자가 결정됐다고 보고만 들었다” 청주시의 신임 지휘자 발표 이틀전 열린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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