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이젠 정확한 조사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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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이젠 정확한 조사가 답”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3.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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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내 시·군 공무원, 지방의원도 부동산 투기 조사 요구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사진/ 육성준 기자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사진/ 육성준 기자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의혹이 전국을 강타했다.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전국 공직자와 정치인들을 다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화려한 말잔치만 벌이며 서로를 공격한다. 이러다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막 내리는 게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16일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이래저래 국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불똥은 전국으로 튀었다. 전국 지자체는 공직자들의 투기행위 조사에 나섰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지역내 개발사업지에 대한 공직자 투기 조사를 본격 실시한다. 차제에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고 성실한 사람들이 잘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의견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도 부동산 투기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따라가지 못한다. 때문에 수많은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만나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서울의 참여연대는 지난 2일 민변과 함께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지난 15일 ‘충북지역 선출직 공직자와 자치단체 공직자에 대한 투기실태를 전수 조사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 국민들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에 분노하고 있다. 마침내 터질 게 터졌다는 말도 있다.

“맞다. 터질 게 터졌다. 서울의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유효한 제보를 받고 터뜨렸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합리적인 의심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실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투기의혹은 서울과 경기도에 국한된 게 아니다. 전국의 신도시와 산업단지, 그 외 개발지역에 관한 부동산 투기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다른 지역 참여연대도 많이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대구와 울산의 참여연대가 성명서를 냈다.”
 

- 충북참여연대는 15일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

“충북지역에서도 신도시나 산업단지가 개발될 때마다 땅콩주택과 빽빽한 나무숲이 등장했다. 사전 투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충북도내 선출직 공직자와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한 투기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 충북도와 청주시에서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없는가?

“선제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잘했다고 본다. 조사지역이 청주테크노폴리스, 오창테크노폴리스, 오송3국가산단, 넥스트폴리스 등 일부지역에만 국한돼 있고 시기도 한정적이며 특정부서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한 게 문제다. 하지만 이 사람들만 조사해서 될 일이 아니다. 청주시를 보면 전체 직원 3000여명 중 1/3이 친인척이고 부부 공무원은 300쌍에 육박한다. 서로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충북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범위를 넓게 잡아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충북참여연대는 △충북도내 시·군 공무원들과 충북개발공사 같은 지방 공기업까지 전수조사 △지방의원도 조사 대상에 포함 △외부전문가와 함께 조사하고 조사내용 및 과정을 시민들에게 공개 △투기 관련자는 엄벌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 이 외에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없나?

“요즘에는 지자체 도시계획위원들을 공개한다. 도시계획위원들은 도시계획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결정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대규모 개발이나 도시계획 변경을 결정하는 등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는 이들이 관련 사업자들로부터 로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고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를 역이용해서 투기하는 위원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 그랬는지 궁금하다.”
 

-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자체 조사하면 제대로 할까 의구심이 생긴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이후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국토부와 LH 직원 1만4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의심자 7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발표해 모두 웃었지 않나. 참여연대와 민변이 투기 의심자라고 지목한 13명의 절반 밖에 밝혀내지 못했다. 탈탈 털어낼 것처럼 하더니 본인 명의로 투기한 사람만 잡아냈다. 가족 명의 투기와 차명거래는 조사조차 안했다고 한다. 지자체 조사도 이런 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조사하고 조사 과정을 공개하라고 한 것이다. 이번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는 국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투기라고는 모르는 성실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이만 저만 아니다.”
 

- 충북도내 시·군에서도 산업단지 조성과 개발사업이 많이 진행된다. 전국적으로 투기 예외인 지역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충북도와 청주시뿐 아니라 시·군 공무원들도 조사해야 한다. 이런 곳에서도 땅콩주택과 나무를 심는 현상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가 쉽고 정보가 많으니 부동산 투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문제는 차명 투기다. 차명 투기자를 최대한 밝혀내야 할텐데 말이다.”
 

- 공직자윤리법상 재산신고 대상자는 많은데 공개 대상자는 일부분이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국회의원 등 국가의 정무직 공무원, 지자체장·지방의원 등 지자체의 정무직 공무원,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등이 재산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이 모두 공개되는 건 아니다. 한 예로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별정직 공무원 중 1급만 공개하도록 돼있다. 즉 2~4급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고 대상자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공직자와 가족들의 재산변동 내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번에 5급 이상 국가 및 지방공무원으로 신고·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렴 문화는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전반에 확산돼야 하지 않겠나.”
 

- 이제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저축해 재산을 불리는 시대는 지났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돈을 모으려고 하지 말고 벌라고 조언한다. 주식과 부동산 투기가 대중화됐고, 각종 모임에서는 이와 관련된 주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요즘은 땀흘려 노동한 만큼 살자고 하면 웃을 것이다. 어찌된 게 이런 사람들을 무능력자 취급하는 시대다. 가치관이 무너졌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부자들이 존경을 못 받는다. 천박한 부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돈의 노예가 돼가고 있다.”
 

서울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개선 방안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뉴시스
서울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의혹 법적 평가와 제도개선 방안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뉴시스

 

오늘도 기꺼이 ‘쌈닭’이 되는 이선영 처장
1998년 간사로 들어가 지금은 총괄 책임자

이선영 사무처장은 청주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충북참여연대 간사가 됐다. 충북지역에서 각 분야 시민운동단체가 탄생을 고하는 등 시민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충북참여연대는 1989년 6월 24일 충북시민회로 시작해 청주시민회를 거쳐 2001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간사에서 부장, 국장을 역임하고 처장 자리에 올랐다. 총괄 책임자인 처장이 된 건 지난 2012년이다.

충북참여연대는 자치분권, 정치사회 개혁, 시민 권리찾기 등에 관한 일을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이슈를 기획해왔다. 지금은 충북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 이 처장이 있다. 이 단체의 산파역할을 한 송재봉 청와대 행정관이 1세대 시민운동가라면 이 처장은 2세대 운동가다.

그는 “기존에 해오던 일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왜 일을 안 하느냐고 한다. 뭔가 새로운 일을 기획해야 일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전문가, 회원들과 함께 하지만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항상 고민된다. 심리적 압박감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자신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어떤 제도 도입을 요구했을 때 받아들여지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아 시민들은 그를 ‘쌈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기꺼이 ‘쌈닭’이 된다. 그런 지적과 항의, 싸움을 통해 이 사회가 달라지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충북참여연대는 행정기관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 이를 공표한지 오래됐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다. 지자체 사업을 받아 살아가는 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기존 회원들이 줄고 신규 회원은 별로 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시민단체에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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