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된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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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가 된 자영업자
  • 한덕현
  • 승인 2021.10.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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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단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몇 몇 자영업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피해의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매 마찬가지다며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인다는 뉴스에도 힘들기는 힘든가 보구나정도로 생각했지 막상 내 일처럼 절박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한데 그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나서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어떤 이는 이런 말까지 했다. “우리는 매일 사경을 헤매는데도 우리가 힘들게 내는 세금으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이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러면서 무슨 집합금지니, 거리두기니 하는 말들은 너무도 쉽게 내뱉는다. 우리는 나라에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없는 돈에 성금도 내고 동참도 하면서 함께 하는데 말이다.”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사실 일반인들이 자영업자들의 심각함을 인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시내를 걷다보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어난 게 휴업한다는 공지문이고 빈 점포들이다. 목이 안 좋은 곳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문을 닫았다고 할 정도로 비어있다. 그 곳이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일터였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더없이 착잡해진다. 가게의 주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가족들은 괜찮을까? 이런 잡념들이 수시로 엄습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피해의식은 우리는 코로나 정국에서 가장 왕따가 되었다는 그들의 주장이 잘 대변해주고도 남는다,

자료를 검색해보니 실제로 자영업을 왕따로 규정하며 우리나라 경제문제를 진단하려는 시도가 있다. 얼마전 발간된 것으로 설명된 <자영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라는 책이 그렇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은 원초적으로 불리했다고 전제하며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87년 이후 제조업 중심의 노동자 고용시장이 위축되면서 여기서 밀려난 임금노동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오늘날 과잉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국가적 관심에서 소홀해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역대 정권마다 서민물가 통제라는 정책기조가 강조되면서 자영업자가 공급하는 품목의 가격억제는 강제된 반면 경제성장의 과실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에게 불리하게 분배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최저임금 급등은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수익을 악화시켜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안겼다는 게 내용의 요지이다.

경제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일견 공감이 되고 또 토를 달고도 싶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 자영업의 비중이 세계적으로도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을 여행하면서도 한국과 비교되어 늘 자각되는 것으로 대한민국은 자영업의 나라라고 하는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취업을 위한 특별한 스펙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택할 수 있고 또 가족경영으로 초기 투자비와 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편의성 때문에도 자영업 과잉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조짐이다.

OECD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24.6%OECD 평균 17.1%를 크게 앞선다. 일본 10.0%, 미국 6.1%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확인된다. 노동할 수 있는 근로자 10명 중에 3명 정도가 자영업자인 현실에서 여기에 피고용인 신분으로 종사하는 숫자까지 치면 자영업의 실질적인 비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경제적으로도 자영업의 입지나 위상이 폄훼되거나 저평가된다면 문제는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집합금지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연대가 이제서야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 늦은 감이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진다가 아니라 아예 나라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만만한 게 자영업자라는 그들의 상실감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똑같이 노력하고 똑같이 희생해야 하는 게 상식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안 그렇다는 것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오히려 막대한 실리를 취하고 있다고 눈총을 받는 업종만 봐도 그렇다. 당장 골프장 업계가 그렇다. 주말골프를 나가보면 골프장은 치외법권지대나 다름없다. 물론 방역활동의 형식적인 체계는 갖추고는 있지만 일반 자영업자들이 당국으로부터 요구받고 강제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 내장객들의 자유스런 분위기는 코로나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골프장 측은 코로나 분위기에 편승해 그린피등 이용료만 왕창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예방을 이유로 샤워장등 편의시설 가동은 임의로 중단시켜 여기에서도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

특히 골프는 자유로운 야외활동이 가능함으로써 코로나 이후 2, 30대 젊은층과 여성 내장객들이 폭증하는 바람에 요즘 골프장 부킹은 하늘의 별따기가 아니라 신의 가호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난리도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곡소리를 내는 순간에도 저들은 마치 춘향가의 한 소절처럼 옥반가효(玉盤佳肴)를 곁들인 금준미주(金樽美酒)를 즐기는 꼴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없는 자들은 옥죄는 대신 가진자들에겐 오히려 치부의 기회를 안기는 이른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부추긴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이처럼 자영업자들에게만 상대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정책이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해도 당국은 할말이 없게 됐다. 가뜩이나 힘들게 사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빈곤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정부의 방역정책이 자영업자 구하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에 대한 재난지원금도 정부의 시혜(施惠)가 아니라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에 불과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는 왕따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왕()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담이지만 윤석열의 뜬금없는 손바닥 왕자가 이를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자영업자들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조사가 있어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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