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용기·정직한 아이로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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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용기·정직한 아이로 키워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2.08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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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다쓰루 고베여대 명예교수 1일 청주에서 강연
정치‧경제‧철학‧문학 아우르는 석학, 일본 사회 비판

일본 사회에서 정치, 경제, 철학, 문학 등 영역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대 명예교수가 3년 만에 청주를 찾았다. 그는 지난 121진정한 스승, 성장하는 제자, 지속가능한 교육을 주제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 시청각실에서 초청강연회를 진행했다. 보은교육청이 학부모 교육참여 시도특색사업으로 연 강연회였다.

그의 사상은 경계가 없이 자유롭지만 그 안에는 지나칠 수 없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숨어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망설임의 윤리학><교사를 춤추게 하라><완벽하지 않을 용기><하류지향> 등을 출간해 그의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이날 강연은 우치다 다쓰루 교수의 제자이자 국내외 그의 저서를 번역해 소개해 온 박동섭 박사가 통역 및 대담을 맡았다.

 

우치다 다쓰루 교수(사진 오른쪽)가 지난 12월 1일 ‘진정한 스승, 성장하는 제자, 지속가능한 교육’을 주제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 시청각실에서 초청강연회를 진행했다.
우치다 다쓰루 교수가 지난 12월 1일 ‘진정한 스승, 성장하는 제자, 지속가능한 교육’을 주제로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 시청각실에서 초청강연회를 진행했다.

 

일본의 교육은 왜 몰락했나

 

사실 일본사회에서는 저를 이러한 교육관계기관에서는 아예 부르지 않죠. 지난 수년간 일본사회를 비판해왔으니까요. 교육, 의료, 종교, 사법 기관 관계자들이 저를 부릅니다. 일본은 사회를 이루는 4가지 기둥이라고 하는 분야들이 점점 무너지고 있어요. 특히 교육 분야가 그렇습니다.”
 

우치다 다쓰루 강연회 모습.
박동섭 박사(사진왼쪽)가 진행한 우치다 다쓰루 강연회 모습.

 

우치다 다쓰루 교수는 그러면서 난민캠프를 예로 들었다. “나라가 붕괴돼 난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추도와 애도하는 일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의료 지원을 해야죠. 공동체 안에 이해다툼이 생기게 되고 이를 재판하거나 중재하는 일들이 필요해져요. 그 후 남은 자들을 위해 반드시 교육이 진행돼야죠. 미래를 위해서. 처음 시작할 때는 자격증 있는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재능있는 사람이 하게 되죠. 4가지 기능인 이른바 종교, 의료, 사법, 교육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교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현직 교사들도 번아웃이 와서 그만두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치다 다쓰루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일본은 논문 발표 및 각종 교육관련 지표들이 꺾이고 있는 유일한 나라에요. 중국, 대만, 한국은 올라가고 있죠. 지난 25년 일본의 교육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특이한 상황에 대해 영국의 네이처잡지나 포린어패어지(foreign Affair magazine)’에서도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어요. 동시대를 살며 함께 과학발전을 이뤄가야 할 국가가 갑자기 후퇴하니 애정어린 비판을 한 것이죠. 그런데 이 일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아무런 말이 없어요. 어떠한 해명도 긍정도 없이 무반응인거죠. 이게 정말 무서운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예스맨을 키우는 교육

 

그는 일본 사회에서 교육이 몰락한 이유에 대해 일본의 문부성은 2017년 교육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교사들을 지목하죠. 모든 정책은 옳았으나 교사들이 무능하고 게을렀다고 규정해요. 그 다음부터 아무도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하지 않게 됐죠. 일본 사회는 메이지시대나 전쟁을 치렀을 때도 대학에선 교수평의회에서 총장을 결정하고 주요 정책을 판단했어요. 그런데 2015년부터 교수평의회 활동이 사라졌어요. 7년도 안 돼 다 바뀌었어요. 이제는 이사장이 모든 결정을 내립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사회가 학교를 일종의 주식회사마켓으로 인식해 온 것이 교육실패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학교는 주식회사가 아니에요. 학교엔 마켓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죠. 학교는 매출도 주식도 없어요. 그런데 마치 마켓처럼 학교도 입구와 출구가 있다고 포장했어요. 입구는 대학을 서열화하는 것이고, 출구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자 수와 같이 경제활동 지표로 판단했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시장에서 교육은 하나의 상품이 돼버렸죠.”

그러다보니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다. 일본 사회는 이른바 예스맨(yesman)’을 키워왔다고 한다. 군말없이 하루 15시간을 일할 수 있고, 영어로 토론이 가능한 예스맨을 사회가 필요로 했다는 것.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도 일본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회사가 좋은 게임을 잘 만들어 수익을 올려 시장을 형성하는 게 사회에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줄까요. 게임으로 인해 한해 25만명이 수업 거부를 하고 히키꼬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됩니다. 학교의 본질은 서로 공감하고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을 기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동의한 자본주의 논리에 대해서도 저항하는 사람이 필요하죠.”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의 교육자와 학부모들에게 조언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할 일은 분명합니다. 친절하고, 용기 있고, 정직한 아이들을 키워내야죠. 그러려면 몸소 이러한 모습을 어른들이 보여줘야 해요. 앞으로 갈등과 대립이 더욱 강해질 텐데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친절함을 갖춘 이들이죠. 정직한 이들은 생명체에 전해지고 있는 경고음을 잘 알아채고, 용기있는 자들은 이른바 마켓 이데올로기에 저항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친절, 정직, 용기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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