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깜깜이 조합장선거’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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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깜깜이 조합장선거’ 방치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3.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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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선거법 개정 여론 묵살…중앙선관위 개정 의견 두 차례나 무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개표장 중 한곳인 충북 음성농협 회의실에 마련된 개표기에 관계자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 8일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연속된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이번 선거까지 깜깜이가 된 원인은 국회에 있었다.

이번 선거는 79.6%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1346명의 조합장을 선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선거인 202만5013명 중 161만2573명이 투표에 참여해 79.6%의 투표율을 보여 지난 1회 80.2%, 2회 80.7%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당선인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가 885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26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70세 이상 117명, 40대 18명이며 30대 이하는 없었다. 이번에 당선된 조합장의 임기는 오는 21일부터 4년이다.

농‧축협만 놓고 보면 1114명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90명의 후보자가 출마해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1114명 중 890명이 투표를 통해 당선됐다고 밝혔다. 단독 입후보로 인한 무투표 당선인은 224명이다. 이번 선거로 농‧축협조합장이 바뀐 조합은 421곳(37.8%)으로 지난 2019년 제2회 동시조합장선거(41.8%) 대비 4% 감소했다. 여성 조합장은 전국에서 30명이 입후보해 13명이 당선됐다.

같은 날 경찰청은 이번 전국동시 조합장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총 296건의 불법행위에 대해 432명을 단속해 2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금품수수가 296명(68.5%)로 가장 많았고, 선거운동 방법 위반 78명(18.1%), 허위사실 유포 45명(10.4%) 순이다. 382명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6차례 개정에도 미반영

중앙선관위는 “금품수수 행위가 여전해 ‘돈 선거’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깨끗한 선거분위기 조성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며 “적발된 위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강력한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혀 당선 무효 등의 후유증이 예상된다.

위와 같은 집계 결과와 분석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막는 ‘깜깜이 선거’가 불러 온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유권자인 조합원들과 관심 있는 국민들은 후보자의 공약조차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선거 전부터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한 여론이 높았고, 관련 보도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국회는 손을 놓고 있었다.

국회 자료를 분석하면 중앙선관위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에 대한 개정의견을 두 차례나 제출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2015년 7월에 개정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자 2019년 4월 또다시 접수했다. 현행 위탁선거법의 연혁과 조문을 보면 중앙선관위의 개정의견 제출 이후 6차례나 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요청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의견서에서 중앙선관위는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및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고, 후보자와 유권자는 금품수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선관위는 2019년 4월 접수한 자료의 제출 배경에서 “우리 위원회는 지난 2015년 3월 11일 실시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여 2015년 7월 위탁선거법 개정의견을 제19대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한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실시하게 됐다”고 적었다.

행정안전위, 싸움만 몰두

이어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및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고, 후보자와 유권자는 금품수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제1회 및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점과 관련 기관·단체에서 제출한 제도개선의견을 토대로 다시금 위탁선거법 개정의견을 마련해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7조(법령에 관한 의견표시등) 제2항에 따라 이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중앙선관위의 주요 개정의견을 보면 첫째,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조합원 등의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 실시 허용 △예비후보자·후보자의 조합 공개행사에서 정책발표 허용 △선거공보에 전과기록 의무적 게재 △선거벽보 첩부장소 확대 근거 마련 △선거공보 등 거짓 사실의 이의제기를 후보자에 허용하자는 것이다.

둘째,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를 위해 △예비후보자 제도 신설 △예비후보자‧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 허용 △임직원을 제외한 선거인도 제한적으로 선거운동 허용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 확대 △후보자가 선거인 전화번호를 조합에서 받을 수 있도록 허용 △장애인인 예비후보자‧후보자는 활동보조인을 둘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

셋째, 위탁선거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기부행위 제한기간 확대 △조합의 기부행위 시 명의 표시 방법 명확화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적용 대상 확대 △통신자료와 금융거래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조사권 강화 △선거공보와 선거벽보 제출 마감시각 미준수 시 과태료 부과 △거짓 신고 등 일정한 경우 포상금 반환 조치 등의 내용이다.

넷째, 절차사무의 공정성‧투명성 등 확보를 위해 △선거일을 공직선거의 선거일과 상당한 간격이 있도록 조정 △예비후보자‧후보자가 국가경찰관서에 범죄경력의 조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 마련 △위탁단체에 회원명부 정비 의무 부여 △선거인명부 작성 방법 개선 △선거 사무관리 관계자의 재해보상제도 신설 등이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국회의원들은 해당 법률 개정안 등에 대한 검토는 뒤로 미룬 채, 여야 간에 서울 이태원 참사 사건 현안을 놓고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는 데 시간을 모두 허비하는 행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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