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소중하게! 예산을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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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소중하게! 예산을 투명하게!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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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미 애 충북도의회 의원
   
충청북도 의회는 12월 1일부터 12일간에 걸쳐 예산안 심사 그리고 결산심사와 계수조정까지 끝내고 15일 본회의에서 통과절차만 남겨놓았다. 18일부터 추경심사가 아직 남았지만 예산심사를 마친 초선의원으로서 감회를 말하라면 마치 전쟁을 치른 느낌이다.

예산안은 내년 한 해 충청북도의 살림살이 비용을 계획하는 것으로 충북도가 편성한 세출요구편성액은 2조 2557억1900만원이었는데, 이중 일반회계에서 114억1000만원을, 특별회계에서 2000만원을 삭감했다. 의원의 임무 중 낭비되는 예산을 찾아내서 삭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산이 과다 계상되지 않았는지, 불필요한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원들이 집행기관을 상대로 집요하게 예산의 타당성을 묻고 따지면 집행부는 비지땀을 흘리며 예산을 깎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번에도 깎으려고 덤비는 의원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집행부와의 신경전과 입씨름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나는 교사위원회 소관인 도교육청을 상대로 이틀간의 치열한 심사 끝에 거의 밤10시가 다 된 시간에 계수조정을 끝냈는데, 위원회에서 삭감 액을 통과시킬 때까지 도교육청 관계관들이 추위에 떨면서 복도를 서성이는 모습은 퍽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것이 꼭 필요한 예산이고 좋은 정책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지는 좀더 생각해 볼일이다. 예산은 정책이고 정책은 반드시 예산이 수반되므로 깎이면 사업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의원은 예산을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검토할 부분이 사업의 타당성이다. 타당성은 여러모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타당성의 기준은 정책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다 의원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반영된다고 본다. 그러나 타당성이 아닌 아주 복잡한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렇게 되면 타당성이 엷어질 수 있다. 예컨대 의원의 지역구 사업인 경우 객관적 타당성을 견지하기 어렵다. 예산을 깎거나 없앨 경우 해당 수혜자의 반발이 예상될 때, 의원들이 삭감하길 꺼린다.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격상 다른 동료의원이나 집행부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겠지만 이런 문제를 과감하게 초월하는 의원이고 싶다. 예산을 다루면서 느낀 것인데 수십억짜리 사업은 한번 삭감해버리면 엄청난 예산절감 효과가 있는데 의원들이 감히 손을 못 댄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사업인데 어느 의원 때문에 망쳤다는 비판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그 사업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안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시민참여예산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이 예산을 평가하고 부적절한 예산은 삭감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것인데 예산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검토하는 것은 타당성을 보완하는데 훨씬 더 유리할 것 같다. 집행부는 더 힘들어 지겠지만.

내 자신이 예산을 심사했어도 지금 절대로 낭비되는 예산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뭔가 께름칙하다. 또 한 가지, 한 번 확보된 예산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번 세워진 예산은 사업성과에 따라 폐기되거나 축소되어야 함에도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예산감시를 하려면 일년 내내 상임위 활동을 통해서 현재 충북도가 집행하는 사업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의원 혼자서가 아니라 전문가 또는 시민단체 그 누구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예산안 심사 때 의원들은 저녁을 먹으며, “예산을 소중하게! 예산을 투명하게!”라고 부르짖었다. 집행부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한숨 놓는 것 같다. 예산전쟁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집행부도 의원도 주민이 승복하고 지역민이 합의해줘야 이긴 것이다. 그러나 주민이 배제되고 의원과 집행부만 이기는 전쟁이 될 까 걱정이다. 나는 언제나 주민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주민의 입장에서 예산전쟁을 치루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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