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혹은 ‘매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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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혹은 ‘매리’ 크리스마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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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철 수 사회부 기자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집앞 문구점을 들렀습니다. 완구점을 함께 운영하는 이 대형 문구점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려는지 고사리 손에는 흰 스티로폼 공에서부터 반짝이까지 온갖 크리스마스 트리 자재들이 들려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의 어머니 손에는 산타 할아버지를 대신할 선물도 쥐어져 있었습니다. 카운터에 올려진 포장지도 역시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해 즐거운 성탄절이 바짝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심코 들른 문구점에서 새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낀 것입니다. 산타를 믿지 않는다는 요즘 아이들. 그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저는 새삼 행복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인 듯합니다.

앞선 지난 주말 저는 아침을 청주의 한 나들목에서 맞았습니다. 2평 남짓한 부스 안에서 밤새 근무하는 요금 징수원의 삶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는 요금 징수원이 고생스러워 보였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새벽 이슬을 맞으며 각 영업소를 돌았지만 미소를 잃은 징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스팔트를 달구며 먼 길을 달려온 이들에겐 이들의 미소가 청량제 같을 것입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엔 새벽을 여는 신문 수송 일꾼들의 분주한 손놀림도 빠질 수 없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각에 각 지역으로 보낼 신문을 옮겨 싣느라 추위조차 잊은 듯 보였습니다. 이들의 부지런한 삶 속에 ‘메리 크리스마스’가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한 요금 징수원의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남편이 뭐 하는데 이런 일 하느냐?’’집에서도 이런 미소를 잃지 않느냐’는 식의 비아냥대는 운전자를 보면 속이 상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아마 이런 운전자들에게 요금 징수원은 ‘매리(욕할 매·꾸짖을 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전국의 소식과 날씨를 제일 먼저 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이들의 삶 속에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연상됩니다.

얼마 전 청주지법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기다리던 범죄 피의자가 도주 이틀여 만에 경찰에 자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일로 베테랑 형사 과장과 팀장이 호송과정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범죄 피의자 호송규칙을 지키지 않은데 대한 지적은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베테랑 형사를 하루아침에 좌천 시키는 것은 인재를 바로 쓰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만회할 기회보다 원리 원칙만을 중시한다면 누가 경찰에 헌신 하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이는 예방보다 잡고 처벌하는데 익숙한 경찰의 교육부재를 원인으로 꼬집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매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이들에게 정작 전 형사 과장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다시 한 번 경찰 조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기본을 지키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내게 미안해하는 부하직원도 있고 안부를 묻는 동료도 있지만 정작 내겐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입니다.

이 사건은 한 때 ‘자수냐’ 혹은 ‘검거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심심찮은 입담이 오고 갔습니다. 원인은 경찰이 ‘자수를 권유 하도록’ 미리 포섭해 놓은 중화요리집 종업원이 10대 절도 도주범을 설득 끝에 경찰서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랍니다.

더구나 포상금 100만원을 걸어 놓은 경찰의 입장에선 이는 엄연한 경찰의 도주범 검거 작전의 효과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들이 많았나 봅니다. 하지만 경찰은 끝내 자수로 정리했습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스스로를 추스린 경찰에게 위안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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