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와 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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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와 하이닉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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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송 현 화제신문 대표
   
하이닉스 라인 증설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갈지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얼마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의지를 ‘온갖 궤변’으로 치부하고, “하이닉스 문제를 겪으면서 이것이 나라인지 모를 정도로 깊은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하이닉스 문제가 지역간의 대립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대립의 문제가 되어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현안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적 해결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여 그 사회경제적인 토대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소홀하고, 오직 정치인들에게 매달려 해결을 촉구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현안의 해결을 위해 내세우는 논리는 푸대접론이요, 소외론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힘겨루기를 촉구한다.

하이닉스 유치운동에 나오는 이야기도 똑같다. 투자금액이 크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청주에 꼭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이 하이닉스를 유치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우리는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정치적인 선택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청주만이 갖고 있는 특성, 청주만의 꿈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하이닉스는 청주공장에 유치돼야 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이 하이닉스가 청주에 라인을 증설하면 좋은 근거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그런 것이 무엇인가? 나는 직지에서 그 답을 찾고 싶다.

우리가 ‘직지’를 청주의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쏟아 붇는 열정만큼 ‘직지’는 뜨지 않고 있다. ‘금속활자 인쇄술’과 현재의 관계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속활자의 발명이 오늘날 우리 청주의 토대가 되었다고 내세울 것도 적고, 우리 청주가 인쇄산업이 발달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금속활자가 가능했던 것이 뛰어난 세공기술 때문임을 들어 ‘공예비엔날레’를 열고, 금속활자로 만든 것이 책임을 내세워 ‘책의 도시’로 만들자는 주장도 하지만 모두 신통치 않다.

이쯤되면 우리는 직지를 만들어낸 금속활자 인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를 맞아 세계의 석학들이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의 하나로 금속활자를 뽑은 이유는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정보의 대량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대량유통은 중세의 암흑기를 무너뜨리고, 산업사회 과학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금속활자와 함께 컴퓨터가 또 하나의 위대한 발명으로 꼽혔다. 컴퓨터의 발명이 또다른 정보전달의 혁명을 일으켜 인류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금속활자와 컴퓨터의 위대함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컴퓨터의 핵심은 반도체이다. 청주에서 반도체가 발명된 것은 아니지만 다행스럽게도 고인쇄문화의 발상지인 청주에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가 자리잡고 있다. 금속활자 인쇄술이 우리 선조들이 이루어낸 문명의 발달의 핵이라면 반도체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문명의 핵이다.

금속활자에서 반도체까지! 하이닉스를 향한 구애가 바로 반도체를 향한 청주의 꿈임을 보여주자. 청주시에서 하이닉스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한 순간의 달콤한 유혹이 아니라 그것이 청주의 꿈이요, 청주의 희망임을 알게 하자. 고인쇄박물관과 함께 반도체산업관을 세워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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