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원 노릇,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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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원 노릇, 정말 힘들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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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미 애 충북도의회 의원
   
충북도의회 의원이 된지 6개월이 되었다. 의원이 되고 나서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를 겪게 되고 새삼스럽게 여성문제에 봉착하게 되어 당황한다.

정치계에서 여성이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말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손해다. 왜냐하면 자칫 자신이 약점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문제 들어내기가 결국 여성현실 극복의 실천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여성의원에게 정말 잘해준다. 그리고 특별히 여성의원이라서, 남자의원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라서 불만은 없다. 그러나 여성의원은 여성이기 때문에 스스로 눈치를 많이 본다. 식당에 갔을 때 소위 상석이라고 생각되는 자리를 사양해야 한다거나 ‘여성의 일’ 로 치부 되는 수저 놓기 등을 하지 않으면 동료의원들이 은근히 비난할까 마음에 부담이 되고, 강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싶어도 여성이 억세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망서려진다. 이것은 어차피 자신이 극복해야할 문제이며 슬기롭게 해쳐나가야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괴감이 든다.

의회의 시스템은 알고 보니 보통 부조리한 게 아니다. 상임위원회별로 배치한 전문위원과 의원보좌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순환근무제의 원칙에 따라 도청과 의회를 순환하며 근무하고 있다. 의원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들이지만 이들의 인사권은 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의원의 의정활동을 열정적으로 돕는 것은 집행부에 폐를 끼치는 일이며, 의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집행부의 부조리와 정책실패를 들춰내는 것은 집행부 입장에서 패악이다. 몇 년 있다 의회에서 집행부로 갈 사람들인데 이들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겠는가? 이런 상황도 여성의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행정부지사가 지난 23일 나의 5분 발언을 문제삼아 의회 사무실에서 나에게 심하게 행패를 부렸다. 이것은 명백한 의회 경시로서 의원보좌를 맡은 전문의원실이 부지사에게 즉각 제재를 가해야 함에도 그리 못한 것은 이런 구조적 모순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의사 결정구조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부조리와 폭력이 난무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할 대안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의회 안에서조차 견제받고 눈치봐야하는 구조는 여성에게 위협적 구조이다. 그래서 의회가 여성이 활동하기 적합한 구조로 바뀌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의원의 권한도 매우 협소하고 보좌할 인력도 없는 속에서 단지 권위 하나로 버티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식으로 권위를 지킬 수 없는 여성의원의 처지란 너무 초라하다. 의원의 권한이 더 강화되고 활동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의회직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는 인간 보편적인 문제 같아도 거기에 더해서 여성이라는 신분은 달리 한 가지 더 행동에 추가 사양이 붙는다. 이것이 또한 얼마나 여성의원을 주눅들게 하는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

겸손, 부드러움, 여성스러움, 남성 보필 등등.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성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니! 나이 드신 남자 도의원이 고민하는 수준이나 내용과는 너무 다르다. 현실을 극복하는 노력이 개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하고 여성의 과제로 여성운동 차원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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