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자료받기가 어려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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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자료받기가 어려워서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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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미 애 충북도의회 의원
   
지방의원의 권한은 국회의원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하고 업무환경도 열악하다. 국회의원이 8명이나 되는 보좌진을 두고 활동하는 것에 비해 지방의원은 서류정리에 컴퓨터자판 두드리며 문건하나 작성하는 것도 일일이 자기 손으로 하자니 바쁜 와중에 보통 일이 아니다.

의정활동의 상당부분은 집행부견제 감시활동이 차지한다. 제대로 견제하려면 현장실사방문에 의견청취도 해야 하고 집행부에서 보내는 정책자료니 문건도 훑어 봐야지…보조 인력이 있다면 현장 조사 같은 것은 대신 보내서 알아오게 해도 좋으련만, 그러나 도민들의 정서는 지방의원에게 비서나 보좌진을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불필요 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의정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로서는 집행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 일이다. 집행부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버티고 안주니까 자료요청 할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는데 집행부가 자료를 안준다? 사실 이건 말이 안된다. 그러나 충북도는 매번 애를 먹인다. 담당 공무원은 왜 하필 공개하기 곤란한 자료를 달라고 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도 아니고 의원에게 못 보여줄 자료가 어디 있단 말인가? 심지어는 보조금 정산한 자료를 달라는데도 안주고 버틴다.

의원은 정보 접근권이 자유로워야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 접근권의 방해는 의정활동에 대한 방해에 다름 아니다.

사실 나는 내가 여성의원이라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아닌가 의심할 때가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의원임을 밝히고 어떤 부서에 전화해서 무엇을 물어 본적이 있는데 전화 받은 공무원이 “잠깐만 기다리세요. 전화 바꿔드리겠습니다” 하면서 다른 공무원에게 전화를 넘겼다. 그래서 나는 그 공무원에게 되풀이해서 질문을 했다. 한참 듣고 나서 그 공무원은 또다시 기다리라며 다른 공무원에게 전화를 넘겨주었다. 나는 또 다른 공무원에게 똑같은 설명을 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무려 4번이나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또 한번은 자치행정국 총무과에 전화해서 여성발전센터 소장 응모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알려달라고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전화를 받은 사무관이 담당자 바꿔주겠다며 전화를 돌리려고 했다.

그러는 것을 내가 점잖게 담당자에게 알아보고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이 사무관이 막무가내로 담당실무자에게 전화를 바꿔주겠다고 버텼다. 나도 굽히지 않고 알아보고 전화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그 사무관은 급기야 화를 버럭 내며 “내가 왜 의원님한테 그런 전화를 해야 합니까?” 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 너무 거만한 것 아닙니까?” 라고 말하고 의원실로 와서 얘기 좀 하자고 요청했지만 그 사무관은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그 후로 1주일 내내 오라고 전갈을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사무관이 남자의원에게도 그런 태도를 보일까? 그랬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여성의원에게 이럴 진대 여성주민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여전히 저 독재 철권시대 주민위에 군림하고 호령하던 시절의 구태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도 의원도 도지사도 주민의 심부름꾼이고 주민에게 복무하는 사람이다. 공무원이 의원을 어렵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것은 도지사처럼 권한이 막강해서가 아니라 의원은 도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여성의원을 무시하는 것은 여성일반에 대한 무시가 내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정의 여성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특히 성주류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각 실·국장들의 협조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여성일반에 대한 냉소와 무시가 내면화 된 공무원들이 제대로 여성정책에 협조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어떤 공무원을 지칭하며 “그 사람은 정말 공무원 같지 않아” 라고 말하는 소릴 들었다. 공무원이 공무원 같아야 하는데 공무원 같지 않은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공무원의 위상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공무원 일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의원도 많이 변해야 한다.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나는 먼저 변화된 공무원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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