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관광호텔 ‘영광은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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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관광호텔 ‘영광은 어디가고’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8.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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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8대 명산 중 하나이며 구신산(九神山) 중 으뜸인 속리산은 빼어난 산세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천년고찰 법주사까지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옛부터 많은 이들이 찾았으며 특히 문객들의 유랑처로 유명했다.

또한 불교신자들의 성지 순례와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도 오랜 시간 각광받았다.
1960년대 속리산 여행은 보통 서울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청주로 향하면서 시작됐다.

   
 
  ▲ 호황누리던 속리산 관광호텔1970년대 초 관광 붐을 타고 호황을 누렸던 속리산 관광호텔의 낮과 밤의 모습이 선명했다. /1975년  
 
이 여행의 백미는 굽이굽이 말리 고개를 넘는 스릴과 그 고개를 넘으면 정이품송 소나무가 관광객을 맞이해주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은 속리산의 매력에 흠뻑 젖고 만다.
또한 병풍같이 둘러 펼쳐진 속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속리산을 오른다.

산보하기 좋은 오리숲을 지나 법주사 경내로 들어서면 우뚝 솟은 미륵불상과 장대한 팔상전 목탑하며 대웅전, 요사채, 쌍사자석등, 석연지 무쇠솥 등의 불교 문화재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하지만 속리산 관광은 하루 나들이 코스로는 부족해 하룻밤을 묵어야 했는데 당시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해 숙박지를 정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보은 읍내로 갈 수 밖에 없었고 한국을 찾은 거물급 외교관이나 경제 사절단도 마찬가지로 속리산을 찾으면 먹고 잘 시설이 없어 대전 유성으로 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 1967년 준공된 속리산 관광호텔속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것과 맞춰 충북에서 최초로 4성급의 관광호텔이 속리산 관광단지 내에 신축되어 김종필 국무총리와 지역 국회의원, 각급 기관장들과 주민 등 3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거행했다. / 1967년 6월  
 
이런 이유로 당시 청주의 신흥 기업인 민철기(신흥재분 사장)씨는 육인수(국회의원)씨의 권유를 받아 충북 최고의 별4개의 고급 관광호텔을 짓게 됐다.
1967년 6월, 김종필 국무총리와 장관등 지역 국회의원, 각급 기관장들과 주민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속리산 관광호텔 준공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관광호텔 준공을 계기로 정채식 도지사는 이한림 건설부 장관을 안내해 속리산을 방문했다. 무질서하게 난립된 숙박시설을 본 이한림 장관은 숙박시설을 한 곳으로 모으는 관광지 정화를 지시했다.
충북은 용역업체의 협조를 받아 신시가지 관광단지를 설계해 중앙의 재가와 지원금을 받아 경주 다음으로 규모가 큰 관광단지를 조성했다.

대로변에는 상가를 상가 뒤쪽에는 숙박시설과 식당을 골고루 배치했다.
그 당시 도청 공보실 과장을 맡았던 이승우씨에 의하면 관광지가 정해지기 전 까지는 오리숲 입구까지 무질서한 여관과 식당이 들어차 호객 행위를 해 관광지 이미지가 나빴는데 관광지가 정해지면서 건물도 새로 짓고 깨끗하게 정리돼 1960년대 중반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속리산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모자라 민박집까지 꽤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 속리산의 명물 속리산터널굽이굽이 12굽이를 돌아 오르던 말리 고객길이 눈이 내리면 교통두절이 됐으나 지금은 속리산 터널이 뚫려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다. / 2007년 8월  
 
리산의 관광객이 줄기 시작한 것은 1975년 강릉까지 영동 고속도로가 뚫려 수도권의 관광객들이 동해 바다와 설악산으로 발길을 돌리면서부터였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교통망이 좋아지고 자가용차가 늘어나면서 속리산 관광은 스쳐가는 관광코스가 되버렸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속리산 관광단지는 영업이 부진해졌고 속리산 관광호텔 또한 경영이 어렵게 되고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이에 1975년에 제일교포 경제인 윤동섭씨에게 호텔 경영권이 넘어갔고 속리산 관광호텔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됐다.

윤동섭씨는 인수와 동시에 호텔을 증축 정비한 후 카지노를 시설하고 경상도 부곡하와이와 청룡 골프장을 연계해 호텔 경영을 어느 정도는 정상화시켰다고 한다. 속리산 관광호텔은 현재 9층 건물에 183개의 객실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 이름까지 바꾼 현재의 모습9층 건물에 183개의 객실을 갖춘 현재의 관광호텔모습.  
 
수도권에서 3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속리산, 한때는 신혼부부의 여행지로 인기가 좋았고 가족 나들이 관광지로 유명했지만 요즘은 한번 다녀간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아 일반 관광객의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나마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관광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속리산의 관광 분위기를 바꾸려고 단풍나무도 심고 가로수로 은행나무도 심어서 주위 경관을 한층 아름답게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듯싶다.

   
 
  ▲ 속리산 호텔 외지인에 팔려청주의 토착기업인 신흥제분 민철기 사장이 속리산 고속버스와 함께 관광사업으로 건설한 속리산 관광호텔을 재일교포 실업자에게 넘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민기식국회의원, 오용문지사, 육인수 국회의원 맨끝이 민철기 사장. / 1975년  
 
아무래도 좀 더 다양한 콘텐츠와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만이 과거 북적북적했던 속리산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모쪼록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다시한번 속리산 관광의 활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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