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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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11.07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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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예술촌 방학프로그램 공유, 교육기관과 연계 절실
지자체 ‘최소한의 지원’ 필요, 표면적 성과내기 강요 말아야
글싣는 순서
1.예술촌 지도 그리기
2. 新프로그램 등장과 지형변화
3. 브랜드가 된 예술촌 탐방
4. 문화 명소화 전략

예술촌은 미술 장르에서 먼저 시작됐다. 작가들의 창작실인 ‘아뜰리에’가 생겨났고, 요즘에는 매니지먼트 개념이 첨가된 ‘미술창작스튜디오’로 그 방향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예술촌은 시가 나서서 건립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미 99년엔 김해예술촌과 진해예술촌 등이 시에서 문을 열었고, 2004년에는 진주, 창영 예술촌 등이 생겨났다.

사실 예술촌들은 대개 90년대 초 폐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규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90년대 초 폐교 활용 문제가 불거졌고, 97년과 98년 폐교 리모델링이 가장 활성화됐다. 교수들의 작업 스튜디오나, 의기투합한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공연분야의 경우는 미술과 달리 기본적으로 연습 제작 공간및 무대 등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공연을 통해 남들에게 보여주고, 또 같이 배울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는 데 유리한 면을 갖고 있다. 김규원 책임연구원은 “공연단체들의 예술촌은 지역민과 함께 누리자는 ‘축제 마인드’로 접근할 때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공연예술단체들의 예술촌은 미술분야 레지던스 프로그램처럼 공연예술가들을 위한 워크숍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 예술공장 두레의 ‘농촌우수마당극 퍼레이드’에서 풍물굿패 씨알누리가 공연하는 모습.  
 
‘지역만의 모델’ 만들기가 곧 성공
사실 예술촌들의 성공 표준모델은 없다. 그 이유는 지역의 토양의 맞게끔 건립되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예술촌의 존립근거를 잃게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지역사회, 지자체, 주민이 모두 외면한 실패사례들이 이미 전국 곳곳에 있다. 또한 유럽의 예술촌들은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센터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예술촌들은 매니지먼트 개념을 도입하면서 장르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이른바 복합 장르화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돼버렸다. 미술분야에서는 회화, 설치, 비디오아트 등의 다양한 결합들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판소리와 현대음악의 결합 등 실험적인 내용도 늘어났다.

이에 대해 김규원 책임연구원은 “예술촌이 상업적으로 흘러갔을 때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는 매니지먼트나 논리적인 운영안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촌 사람들이 자생적인 예술적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큰 과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중국 798번지’는 새로운 예술촌의 모델로 유명세를 누렸지만, 지금은 하나의 쇼케이스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이어 그는 “예술촌에 자본이 투입되면서 빚어진 상업적인 성과내기의 폐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공적자금이 개입했을 때 오히려 실적주의, 성과주의에 얽매여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만약 대안학교를 교육부가 인정해주고,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그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비유를 들었다.

따라서 지금 예술촌들에게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김규원 책임연구원은 “예술촌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시기별 프로그램을 오픈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적어도 지역 내 예술촌들이 프로그램 리스트를 공유하고, 교육청과의 연계 등 실질적인 계획안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동화과정 선행돼야
밀양연극촌은 국민의 정부 시절 ‘종합 예술인촌’성격을 띠고 대규모 투자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또 여기에는 연출가 이윤택이라는 영향력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이들 연희단 거리패는 밀양에 정착하면서 지역사회에 결합하기 위해 2000년부터 상설무대를 매주 토요일마다 열었다. 사실 지자체로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받은 터라, 지역민과의 정서적인 불화도 있었다. 하지만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차츰차츰 극복해나갔다. 또한 밀양연극제 개최를 통해 전국의 관객들을 끌어들였고, 신인 연출가들의 시험 무대로 떠오르게 했다.

이처럼 외지에서 온 예술가들의 창작촌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합의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한편 지역사람들이 지역문화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예술촌들은 지역문화관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띤다. 청원군에 자리잡은 마동창작마을과 예술공장 두레, 그리고 영동군에 터를 잡은 자계예술촌은 지금 지역민과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술공장 두레의 ‘농촌 우수마당극 퍼레이드’나 자계 예술촌의 ‘그믐밤 들놀음’ 축제는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판화가 이철수 씨가 제천시 백운면에 터를 잡고 마을의 통장까지 맡으며 지역사회에 동화되는 과정도 눈여겨 볼일이다. 그는 작업과 농사를 병행하며, 삶에서 느낀 철학을 나무에 새기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산 지키기 운동에 뛰어들었다. 한사람의 예술가가 마을공동체형성의 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종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은 “결국 예술촌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인프라나 콘텐츠를 따지기 전에 예술적 성과를 낼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관은 지역연계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방학이나 휴가철 공동 프로그램을 짜는데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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