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당선자에게 '정부의 허술한 보장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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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당선자에게 '정부의 허술한 보장구사업'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12.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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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성모병원 소화기내과장

 
 
작년부터 우리 병원 앞엔 보장구 구입과 과련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장애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부의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자원 봉사하는 단체에서 붙인 플래카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본질은 전국민이 자동차보험 사기단이 된 것과 마찬가지…. 이 또한 전국의 장애인들을 이용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실. 환자와 보호자의 고성이 오간다. 환자와 보호자가 전동휠체어를 받기 위해 의사에게 장애인 보장구 처방전을 요구한 것. 환자 A모 씨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더라. (의사) 선생님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안 해주는 이유가 대체 뭐냐. 안 해주면 다른 데 가서 진료받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 환자를 진료한 정형외과 의사 B씨는 "생떼를 넘어 거의 협박 수준"이라며 "전동휠체어가 필요없는 사람에게 무리하게 처방해 줄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위의 사례를 들려줬더니 S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재활의학과 C교수는 "그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니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아예 전동휠체어에 탄 채 업체 담당자와 같이 진료실에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편법 전동휠체어로 보험재정 '줄줄' KMA times 12월 21일자>위의 기사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며, 전국의 정형외과 및 재활의학과병의원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분쟁이다. 이러한 분쟁의 발단은 2005년부터 지체장애 및 뇌병변환자 등 중증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209만원까지, 전동스쿠터는 167만원까지 정부에서 구입비용을 대신 내어주는 '장애인 보장구 사업'의 방만하고 무책임한 사업운영 때문이다.

사업시행과 함께 두 종류의 보험사기단이 생겼다. 하나는 휠체어 가격의 80%를 정부로부터 받는 대신, 환자에게 안받고도 이익이 크게 남으니 20%의 가격을 대신 내어주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한 술 더뜨는 사람들은 전동휠체어를 받은 그 자리에서 이익을 남기고, 업자에게 되파는 환자와 업주들이다. 결과는 둘 다 마찬가지다. 보행이 가능한 환자도, 전혀 거동 못하는 환자들도 공짜라 손해보는 것 없으니, 일단 사놓고 본다.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업자들에게 되팔면 그만이다.

시내 곳곳에는 이런 내용을 알리는 전단과 플래카드가 붙여 있고, 인터넷 포털에 들어가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장애인단체, 환우회 등이 가세하면서 너무도 뜨거운 열기로 인하여 병원에서는 끊이지 않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단체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행정업무까지 대신 처리해준다. 지난 한 해 동안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약 192억원, 2005년 정부의 발표 당시 전동휠체어(16억원)·스쿠터(13억원)로 29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보다 무려 7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만 총 421억 7214만원에 이른다.

물론 양심을 버리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이걸로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환자/보호자들이 벌이는 대정부 사기극이고, 이들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하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의 공무원들은 귀머거리들이란 말인가? 보완책이나 엄격한 심사 기준 없이 포퓰리즘으로 실행된 사업이었으며, 이미 시행 초기부터 이런 부작용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양심적으로 사는 국민이 피해를 안보도록 사업을 하면 안될까? 400억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이제와서 보완책을 내놓는다는 것이 기껏 의사들 탓으로 돌려서 국민 여론을 비껴 나가려 하고 있는가? 이러한 엉터리 복지정책의 조급한 집행으로 정말 피해를 보는 것은 정말 힘든 장애인들이고 저소득층들이다. 그리고, 양심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요즘 이비인후과들에서는 보청기로 시끄럽다. 위에서 전동휠체어 사기치는 것과 같은 수법을 보청기에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청기는 문제가 더 크다. 아무 이비인후과에나 가서, 귀가 안들린다고 생때를 쓰면 장애인 등록을 해 줄 수 있고, 의사나 환자나 보청기업자나 모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이니….

이 또한 장애인에게 해택을 준다는 명분만 있고, 사업의 실효성이나 결과물은 생각하지 않고 정치논리로 시작하여 생긴 결과이다. 포퓰리즘이라고 말하기도 지겹다. 이명박 당선자에게라도 부탁하고 싶다. "제발 이렇게 국민사기단을 만들만한 사업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이런 엉터리 사업을 하는 공무원들 좀 처벌합시다." /한정호 성모병원 소화기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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