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한다, 한국의 '좁은 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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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한다, 한국의 '좁은 문'에 대하여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8.06.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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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부부, “금의환향 꿈 인권침해에 멍들어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다문화사회 공생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2008년 제1차 공동기획취재단을 구성했다. 우선지원대상사 선정된 지역신문사 기자 가운데 신청자를 받아 구성한 14명의 공동취재단은 3일간의 국내 연수와 3일간의 국내 취재를 거쳐, 송출국인 태국과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인권침해 현장과 다문화사회의 문제점 및 대안과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 첫째로 지난 19일 국내 연수가 시작됐다. 연수 기간 중 이뤄진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결혼중개업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외국인에게 비춰진 한국사회상과 인권 실태 등을 들어보았다. 

   
▲ 지난 20일 대전 한 호텔 회의실에서 이주민의 실제와 과제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대전외노센터 김봉구 소장, 이주노동자 부부인 웅푸·리우 씨, 국제결혼중개업자면서 자신도 필리핀 여성과 국제결혼한 장현식 씨와 부인 나니 씨, 지난해 국제결혼한 박종복·로안부부.

베트남에서 10년전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 입국한 옹푸 씨(33세)와 리우 씨(32)는 한국에서 만나 4년전 결혼해 1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옹푸 씨는 "아내와 나 모두 불법체류자다. 한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자녀가 건강과 교육을 보장받을 수 없다. 아이는 현재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이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허가제를 적용받는다. 정부는 지난 2007년 폐단이 많았던 산업연수생 제도를 고용허가제로 단일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고용 계약과 계약기간 제한이다. 이런 이유로 옹푸 씨 부부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법체류자라는 굴레를 썼다.

옹푸 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3년이란 시간은 너무도 짧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 오기 위해 당시 한화 80만원 가량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노동자수는 많은데 취업의 문은 너무 좁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옹푸 씨가 첫 월급으로 받은 돈은 30만원, 생활비를 하고 집에도 돈을 보내줘야 하니 경비로 들어간 80만원을 모으는데도 1년은 족히 걸린다. 옹푸 씨는 베트남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어 가족이 80만원을 준비해줬다. 하지만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은 빚을 얻어 비용을 마련하는 실정이라는 것이 옹푸 씨의 설명이다. 옹푸 씨는 "지금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오려면 1000만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 1000만원이면 베트남에서는 1억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오면 큰돈을 벌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빚을 내 한국에 오지만 빚을 갚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계약기간 3년이라는 현 제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법이 정한 3년만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내 리우 씨의 설명이다.

10년동안 한국에서 생활한 옹푸 씨는 이제 숙련된 기술자로 통해 제법 벌이가 된다. 아내 리우 씨와 함께 조금만 더 고생하면 고향으로 돌아가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돈도 모았다.

옹푸 씨 부부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고국의 친구나 친척이 한국에 와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리우 씨는 "한국에서 생활은 너무 힘들다. 사업주에게 맞거나 급여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며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결혼중개업을 하는 장현식 씨(42세)는 자신도 국제결혼을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맞았다. 직업특성상 일반적인 국제결혼부부와는 달리 결혼 전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결혼중개업자로서 그는 국제결혼이 성공적인 가정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부 국제결혼중개업자가 거짓 정보로 여성에게 헛된 꿈을 갖게 하기도 하고, 현지 통역 가운데는 돈을 벌기위한 목적으로 왜곡된 통역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주여성들에 대해 “대부분 생활이 어려워서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숨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전해들은 것과 달리 한국에서 생활형편이 어려우면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는 고향의 가족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결혼중개업의 전망에 대해 “국제결혼을 원하는 한국남성들도 여전히 많고, 한국으로 시집오고 싶어하는 여성들도 여전히 많다”며, “대형 결혼업체의 경우 1년에 1000쌍 이상의 결혼을 성사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국제결혼중개업이 등록허가제로 전환되면서 당분간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심이 문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금전적으로만 보는 업체들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등록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국제결혼한 박종복(40세)·로안(24세) 부부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모범적인 사례다. 후인마이 사망 사건 등 잇따른 이주여성의 죽음으로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신매매성 국제결혼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경에 이른 국제결혼 부부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박 씨 또한 대개의 경우처럼 이틀간의 짧은 연예기간을 거쳐 결혼식을 올렸다. 로안 씨는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의 이야기는 물론 시댁식구들의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음식도 맞지 않고 문화의 차이로 오해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슬기롭게 풀어나갔다. 남편 박 씨는 먼저 아내에게 한국어 교육을 받도록 했다. 박 씨도 틈틈이 아내의 공부를 도왔다. 박 씨는 "아내에게만 한국문화에 대해 이해하길 바라서는 안 된다. 남편도 아내를 이해하려고 하고, 아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임신 7개월인 아내 로안을 바라보는 박 씨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다. 한국인 부부 가정의 아이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박 씨는 "아내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모두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엄마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아이의 성장과 직결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가 아이들과 어울릴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따는 일반가정의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나지 않는가. 결국 개인의 성품이 좌우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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