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향토색 옷을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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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향토색 옷을 입혀라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8.07.24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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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둘 일 수 없는 기업과 지역6>

글 싣는 순서

지역사회와 기업
향토기업의 성공과 좌절
타 지역의 향토기업
향토기업 해외 진출 사례와 명암
상생을 위한 향토기업과 지역사회의 역할
 

   
▲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해야 한다는 것은 IMF를 거치며 뼈저린 교훈으로 다가온 대명제다. 지역은 마음 놓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기업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이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기업 스스로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대다수 기업 관계자들의 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지역과 상생한다는 것은 비용 지출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매년 광주지역에 순수 기부와 협찬금만 15억원 이상 사용하는 금호고속이나 법인 순이익의 12% 이상을 쓰는 제주은행은 사실 드문 경우다.

이와 관련 도내 한 기업 대표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 매출이 100억원이라고 그중 순이익이 1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처우와 근로환경 개선이 먼저 아니겠는가. 그 다음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시장상황에 대비한 재투자와 연구개발, 그 다음 순위가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 사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역과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이라도 인연을 맺게 되면 매년 반복돼야 하고 비용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중단하거나 규모가 줄어들면 돌아오는 것은 비난이다.”

향토기업 육성 풍토 아쉬워

90년대 중후반을 넘기며 몇몇 사업가 또는 기업인들이 지역을 떠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과 정홍희 덕일건설 전회장(현 스포츠서울21 회장)이다.

본인들은 더 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지역에선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풍토에 염증을 느껴 등진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업가 모두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어쨌든 이들의 출향에 아쉬움과 함께 여러 의구심이 제기됐던 것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향토기업을 육성하려는 풍토가 너무 약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인사는 “향토기업이 훈장이 아니라 낙인으로 작용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나름대로 장학사업이나 사회봉사활동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기대는 이보다 훨씬 높다. 향토기업이라고 지역에서 어떤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다. 똑같이 다른 기업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데 지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벅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지역에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이 기업인은 “지역의 관심은 매출 많고 규모가 큰 대기업에 쏠려 있다. 향토기업에게 지역에 대한 의리를 지키라고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 규모가 작다고 소외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몇 십 년 이상 지역을 지켜온 향토기업을 예우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역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모습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말만 앞서는 예우는 역효과

지역 풍토나 분위기는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도 자치단체 등의 행정이나 금융 지원 등은 경영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든 자치단체가 기업지원을 위해 갖가지 약속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전기업에 국한될 뿐 기존 업체나 향토기업에 까지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던 A업체에 해당 자치단체가 국내 투자를 종용, 급선회해 투자를 확대했지만 약속한 금융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금액의 일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해당 자치단체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A사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새 3~4개 업체도 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심지어 공장을 증설하는 데에도 까다로운 법 규정 때문에 애를 먹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에 행정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갖가지 지원이 신규 투자업체에 집중된다면 역차별 논란 마저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표적인 것이 오창산단의 외국인 투자지역이다. 대부분 토지 임대료와 세금 등을 감면해 주고 있는데 고용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오창단지에 입주하고 싶은 국내 기업은 부지가 없어 포기하는 실정으로 적잖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 향토기업 키우는 것도 방법
지역 마케팅 차원, 연고성 잃어가는 기업도 문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과 지역 상생의 의미는 경제활성화다. 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고용을 늘리고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며 지역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마케팅 차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민할 소 있다. 물론 지나친 특혜나 지원은 삼가야 겠지만 광주의 금호고속처럼 지역 대표 브랜드화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자치단체나 경제계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변화와 함께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지역에 서운해 하고 실망감을 나타내는 만큼 그동안 기업이 보여 온 모습도 결코 떳떳하지는 못했다. 뿌리를 지역에 두고 있으면서 시장공략을 위해서라며 수도권 지향적인 경영 구조 구축에 치중해 왔으며 지역기여 사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몇몇 향토기업이 2세·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연고성이 크게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향토기업이 튼튼히 뿌리를 내린 지역은 관련 산업과 인력 양성 시스템 등이 잘 마련돼 있다. 또한 사회복지 차원이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 우리 지역 향토기업들이 비록 매출이나 기업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해도 그동안 지역사회에 대한 이같은 책임에 얼마나 충실해 왔는지는 되짚어 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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