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얼굴 ‘간판’ 보기가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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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얼굴 ‘간판’ 보기가 역겹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8.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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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미 _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청주시는 '교육도시'로 불려졌다. 지방 최초의 사학인 청석학원을 비롯해 서원학원 등 공사립 학교들이 일찍부터 자리잡다 보니 그렇게 인식된 것 같다.

이후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지방자치제와 함께 직지문화축제, 공예비엔날레 등 문화사업을 펼치면서 '교육문화도시'로 도시의 모습을 바꿔왔다.

하지만 '교육문화도시' 청주의 이미지와 가장 동떨어진 것이 도심 건물의 간판 수준이다. 청주 성안길 주면 남문로, 북문로, 남주동의 구도심 상권을 비롯해 외곽의 용암동, 가경동, 하복대동 상가지역에 이르기까지 무질서한 입간판이 도배질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IC에서 하복대동으로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러브호텔, 나이트클럽 네온간판은 청주의 이미지를 '향락도시'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행정안전부가 작년도에 전국 옥외광고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의 간판은 434만2094개, 충북에는 17만400개의 간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불법간판은 전국 219만8276개(51%), 충북 9만9030개(58%) 였다.

충북도내 간판의 절반 이상이 불법간판이란 얘기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아무런 제재도 받지않고 내거는 간판이 절반이 넘는다면 도시미관은 아예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청주시는 작년 10월부터 옥외광고물 설치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강화되는 대상은 20m 이상 도로변과 미관지구 내에서 건축하고자 하는 건축물로 지극히 한정적이다. 이들 건축물은 건축허가나 건축심의 신청 때 옥외광고물 규격과 설치위치를 지정, 표시된 도면을 첨부해 신청해야 한다.

실제로 이 기준에 따라 제약받는 건축물은 전체의 20%를 차지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기존 도심 도로변에 자리잡은 무질서한 간판들은 해당되지 않다보니 시민들이 변화된 도심 광고물 정비를 체감하기는 쉽지않다.

   
따라서 기존 상가밀집지역의 경우에도 경과규정을 두어 도심 광고물 개선에 대한 장기적 계획수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뜻한 도시미관은 시민의 눈 뿐만아니라 마음까지 평온하게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 도시 행정공무원들은 이같은 무형의 효과와 가치에 눈을 뜨는 안목이 필요하다.

최근 청주시내 중심가인 남주동 대로변 한 성형외과가 비하동으로 확장이전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기존 건물에 내걸린 5개의 간판은 철거되지 않고 있다.

대로변에 상호를 노출시켜 부수적인 광고효과를 거두자는 꼼수로 보인다. 더구나 새로 이전한 비하동 고층 병원건물도 광고물의 미관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채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다. 일반상가가 아닌 전문직종의 병원조차 이런 식의 무분별한 광고에 앞장서다 보면 청주는 '누더기 도시'라는 오명을 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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