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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산물이 점령한 추석 차례상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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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산물이 점령한 추석 차례상 '씁쓸'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8.09.0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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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바람타고 외국산 급증…대추·밤까지 대부분 중국산
국내산 쓰고 싶지만 가격 두배…돈 있어도 구하기 힘들어

   
▲ 외국산 농산물이 점령한 추석 차례상
석은 우리나라 4대 명절(설, 한식, 추석, 동지)의 하나로 추수 감사의 성격을 띤다. 음력 8월 15일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등을 장만해 차례를 지낸다. 바로 이 추수 감사의 의미를 띠고 있는 민속 고유의 명절인 추석 차례상이 무역자유화 바람(FTA)을 타고 값싼 외국산 농산물로 채워질 우려를 낳고 있다.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8일 청주의 한 재래시장. 32개의 추석 성수품에 대한 원산지를 확인했다. 상하기 쉬운 과일과 일부 야채의 경우 국내산이 많았으나 고사리, 도라지 등 제사상에 오르는 나물류의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나물과 탕국 재료로 쓰이는 무와 배추는 제주와 대관령에서 생산되는 국내산이 인기이지만 중국산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황태·북어포의 경우 대부분 러시아산이었다. 또 제사상에서 빠지면 안되는 약과의 주원료로 쓰이는 소맥분의 경우 45%가 미국산과 호주산이다. 약과에 들어가는 호박가루 10%는 중국산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두부의 원료로 쓰이는 15%는 수입콩이다. 중국산 참깨에 스페인산 마늘, 호주·러시아산 멸치, 중국산 대추와 밤까지 일부 농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이 값싼 수입산이다.

어쩌면 러시아산 멸치로 우러낸 국물에 중국산 무와 미국산 쇠고기를 넣은 탕국을 끓여 차례를 지내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산 고사리와 스페인산 마늘, 중국산 참깨로 양념을 한 나물, 러시아산 황태포까지 차례상에 오르게 된다. 청주에 사는 주부 A씨(35)는 "차례상 만큼은 우리 농산물로 차리고 싶지만 수입 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점령해 버린 탓에 제수 음식을 국내산으로 마련하는 일이 돈이 있어도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멸치·미국산 쇠고기 넣은 탕국
실제 지난해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7%에 그쳤다. 쌀은 99.4%로 자급자족했으나 사과와 배, 감 등 과실류(82.7%)와 쇠고기(47.9%)가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 대부분의 농산물에서 국내산을 찾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콩이나 밀은 자급률이 각 11.3%와 0.2%에 불과했고 제사상에 필수인 밤 등 견과류와 곶감, 마른 대추, 도라지와 고사리, 숙주나물 등의 외국산이 급증했다.

수산물의 사정은 더 심각해서 일부 품목은 아예 우리 바다에서 난 것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영시장의 수입산 수산물 판매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필수 제수 음식인 명태포(98.5%)와 임연수어(94.6%) 등은 국내산이 씨가 말랐다. 명태(77.2%)와 홍어(71.6%), 참조기(44.9%) 등은 국내산이 금값이 됐다. 특히 명태포의 99%, 조기의 45% 가량이 수입산이다.

이는 지난 5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도 나타나 있다. 수입산 비중이 50%가 넘는 품목이 지난해 27개에서 올해 29개로 늘었으며 90%가 넘어 전량을 수입하는 해산물 등도 12개 품목이나 됐다. 해파리와 노가리 등은 전량 수입했으며 추석 차례상의 단골메뉴인 임연수어(95.4%)와 명태(85.4%), 참조기(55.1%), 홍어(47.1%) 등도 수입산 점유율이 높앗다.

충북도 관계자는 "농산물의 수입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중국산과 미국산 농산물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한미 무역자유화 협정에 이어 한중 무역자유화도 거론되고 있어 농·축산물의 시장 개방은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부서별 수시 물가 점검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추석이 가까워 올 수록 제수식품들의 가격이 최고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명태포는 국내산 사라진 지 오래
차례상의 외국농산물 잠식 우려는 국내 농산물과 가격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값이 싸다는 것이다. 최고로 치는 국내산과 북한산 고사리의 경우 1근(400g)에 5000원이지만 중국산은 결국 2000원에 불과하다. 도라지는 국내산이 4000원 상당에 이르지만 중국산은 절반가격인 2000원에 불과하다. 멸치의 경우 국산이 1근에 1만 5000원 상당에 이르지만 러시아와 호주산은 1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산 쌀값은 국제시세의 4∼5배 수준에 이른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현 도매시장의 20㎏ 들이 쌀 한포대에 3만 6000원이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 1467원보다 10% 이상 떨어진 가격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산 쌀에 비해 4∼5배 비싼 가격이다. 사과도 과수강국인 이탈리아 남부의 타롤지역은 1㎏에 300만원 안팎에 시장에 내는 반면 국내산은 평균 1000원에 내고 있다.

채소류도 서울 가락시장과 중국 수광도매시장의 거래가격을 비교하면 1㎏들이 중국산 배추가 49원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938원에 이른다. 오이는 중국산이 328원인 반면 국내산은 2850원에 이르러 적게는 3배 안팎에서 크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우 1㎏ 가격은 도매가 1만 2000원에서 소매 3만 8000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미국 육류수출협회가 발표한 최고가격은 9000에 불과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리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선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며 "특히 기계화율이 매우 낮아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고품질의 무공해 농산물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농산물 직거래로 차례상 지킨다
참여연대 충북본부·농협 우리농산물 판매전 열어

외국산 농산물이 차례상을 잠식해 가고 있는 가운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청원군 농민회와 함께 지난 6일 청주 분평동 원마루 공원에서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열었다. 충북 참여연대는 로컬 푸른운동 차원에서 연간 분기별로 4차례 행사를 갖고 있다.

올해 3분기는 청주시 지역농산물 선순환 운동과 함께 우리 농산물로 차례상 차리기 위한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오는 11월엔 우리 농산물 김장 담그기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농협 충북본부도 우리 농산물 할인 특판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올해 추석 차례상 평균 비용은 17만 4000원으로 조사됐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유통업체별로 백화점 23만 7000원, 대형마트 16만 7000원, 슈퍼마켓 16만 2700원, 재래시장 14만 3000원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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