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는 산업연수생! 갈 때는 미등록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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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는 산업연수생! 갈 때는 미등록체류자!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9.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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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자 _ 청주시 상당구 수동

지난 4월, 사무실 앞 광장에는 울긋불긋 꽃들이 화사한 오후를 한층 돋우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걸려온 낯선 목소리엔 어눌함과 착잡함이 묻은 체 “선생님! 저 거네스예요.”

“거네스? 오랜만이에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건강하시죠!”“네... 선생님! 저, 잡혔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느낌이 들었고 이후 난 전 센터동료와 함께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있는 거네스를 찾았다. 거네스는 일명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었다.

그는 2002년 늦가을, 고향인 네팔을 떠나 3년 계약인 산업 연수생으로 한국에 왔고(3D업종에 근무했던 외국인 노동자) 나와의 인연은 2005년 3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실무자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거네스는 계약기간인 3년 시한이 끝난 후 고향인 네팔로 돌아가지 않고, 음성군 금왕읍에 있는 바지 염색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고국으로 돌아간 후 대학진학을 위한 돈을 마련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갑작스런 공장안에서의 체포였지만, 어차피 7월 말경에 본국으로 갈 계획이었던 거네스는 지난 5월 7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강제추방 되었다. 그는 ‘준비 없이 한국을 떠나게 된 상황이 못내 아쉽지만, 5년 6개월 동안의 한국생활을 좋은 기억으로 갖고 떠난다’고 했다.

거네스는 외국인 보호소에 3주 동안 머물면서 나에게 ‘체불임금에 대한 수령 권한’을 위임했고, 출국 후에라도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어 체불임금을 수령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떠났다. 나 또한 그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그가 근무했던 염색공장은 조만간 경기도 의정부로 사업장을 옮길 계획이었고, 회사 사장은 음성 공장을 정리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체불임금을 올곧게 지불하려하지 않았다. 대전지방노동청 충주지청에 ‘체불임금 지불이행’과 관련하여 민원을 신청하러 갔을 때도 사장은 너무나도 뻔뻔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사탕발림의 말만 늘어놓았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문제의 사업주에 대해 “수년 동안 같은 수법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갈취, 상습적 임금 체불의 전형적 수법을 보이는 사업주이며 재산도 가족이나 친척에게 빼돌리고, 사업은 타인의 이름으로 계속하면서 외국인노동자의 미등록 체류신분을 이용하기도 했고 한국인노동자들에게도 만성적 임금체불을 강행한 후 민원신청이 제기되면 으레 총 지불 임금의 절반으로 협상을 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고 전했다.

이후 사장은 3회에 걸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담당 근로감독관과의 여러 차례 협의 끝에 노동관청의 설득으로는 김 사장에게 합의금을 받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며칠전 밤늦은 시간에 거네스로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미안한 마음으로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내용을 전했다.

17세 어린 나이부터 이주외국인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그에겐 한화 270만원은 굉장히 큰 의미일 것이다. 한국인 노동자들도 꺼려하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미소년에게 난 앞으로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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