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자 보도가 교육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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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자 보도가 교육을 망친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9.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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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민 _ 청주시 상당구 탑동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전국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수 발표 기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3일 서울대가 국회 김영진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간 전국 고교별 합격자수 현황’ 자료를 일제히 보도했다. 충남북의 20여개 고교에 대한 도표를 만들어 학교별로 인원수를 상호비교해 보도한 신문도 있었다.

학부모에게는 합격자 현황표에 오른 학교이름이 순서가 결국 학교 수준의 순위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대학의 서열화인데 국회의원과 언론이 앞장서서 줄을 세운 꼴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에서는 입시기사에서 고교별 명문대 합격자수를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적으로 고교평준화 시책에 어긋나는 데다 실제로 명문대 합격자수가 고교별 학력격차를 정확하게 반영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심지어 수석합격자의 출신고를 밝히지 말자는 합의까지 있었으나 일부 신문사의 약속위반으로 없었던 일이 되버렸다.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 정책연구 목적으로 취득한 서울대 합격현황 자료가 언론에 전달돼 대서특필되는 현실은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충북도는 고교입시를 내신제에서 선발고사제 바꾸려는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완전 고교평준화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서울대 합격자수 발표에서 나타났듯 평준화 속 일부 고교에 대한 인기몰이가 중학교에 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

자식교육과 대학진학을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우리의 풍토를 감안하면 중학교, 고교의 서열화는 심각한 재앙이 될 것이다. 지금도 청원군 오창에 위치한 특성화 고교에는 청주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주소를 오창으로 허위이전시켜 농어촌 특례를 대비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삼위일체가 되서 국가에 대한 ‘공공의 기만 시스템’을 형성한 셈이다.

온 국민이 우려한 ‘교육망국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빗나간 무한경쟁을 차단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학교별 성적자료를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면 그 자료를 통해 득을 보는 최소한의 ‘눈치’ 학부모보다 공교육 시장의 미운 오리새끼로 낙인찍히는 다수의 억울한 학생들이 생겨날 것이다.

차라리 명문대 합격률 보다 고교별 대학 합격률을 공개한다면 고3 교사들이 명문대 진학지도에 ‘올인’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전국 모의고사를 통한 학교별 학업성취도 조사결과 발표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미성년자이자 보호대상자인 학생보다 교사들이 비교대상이 되는 것이 ‘생산적 교육’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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