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빌게이츠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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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빌게이츠는 누구인가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0.0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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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 정경부장

   
▲ 안태희 정경부장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완화할 방침인 가운데 충북에서는 정우택 도지사와 남상우 청주시장, 김호복 충주시장등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세금경감이라는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사가 1030만원, 남시장이 315만원, 171만원 등의 혜택을 입게 된다.

이들 말고도 도의원 31명과 기초자치단체장 12명등 44명 가운데 11명이 종부세 부과 대상인 6억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사용용도에 따라서는 감면대상자가 늘 수 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의 완화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이미 여러차례 제기되어 왔다. 부세 과세대상은 25만명 수준에서 2만명 가량으로 줄어들고, 종부세 대상에서 벗어날 경우 세금이 많게는 10분의 1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동안 그 세원으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혜택을 입고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쥐어졌던 숟가락을 다시 뺏기는 허탈감이 클 것이다. 전국의 2% 부자들이 낸 세금으로 어린이들의 교육여건이 개선되다가 중단된다면 가난한 부모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할 경우 타격을 입을 지방재정에 대한 보전 대책이 없다는 정부 내부회의 자료도 공개돼 당장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잇다. 최규식 국회의원이 7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기획재정부 예산국장,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장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과 16개 시·도 기획관리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종부세 개편 대책회의를 가졌다. 최의원은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교부세 감소분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보전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어떤 교수가 주장하듯 ‘봉급생활자의 유리 지갑’이라는 말이 있듯,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조세부담을 지는 불공평한 기본구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지금, 종부세 완화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세금부담이 오히려 더 느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이번에 충북의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장 세 명이 감면받을 1500여만원은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 연봉보다도 많을 수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 1500명에게 1만원짜리 책을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같은 ‘진짜 부자’들이 부의 세습을 이유로 상속세 폐지를 반대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 계획은 빌게이츠와 워렌 버핏과 같은 부자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으며, 2006년 6월 미 상원에서 상속세 폐지 법안 상정이 부결되었다. 더구나 미국의 일부 부자들이 여론에 떠밀리는게 아니라 스스로 막대한 기부를 통해 부자의 참모습을 보여온 것도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도 하고 부러워하게도 만든다.

정우택 지사나 남시장, 김시장이 종합부동산세를 감면받게 된다고 배가 아픈 게 아니다. 그들이 종부세를 얼마나 감면받을지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종부세감면액이 확정된 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알 수 없다. 그들이 어떤 입장이든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릴 이유도 없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든 제도로 상대적인 혜택을 받게 될 지역의 ‘부자 리더’들이 어떤 길을 걸을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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