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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된 암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할 때 드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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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된 암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할 때 드는 고민
  • 한정호
  • 승인 2008.12.0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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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청주성모병원)내과 과장

위내시경에서 암이 발견되었고, CT에서 주변으로 퍼진 소견이 없고, PET-CT에서도 정상 소견인 사람을 수술하였는데, 배를 열어보니 암이 작은 알갱이처럼 쫘악 퍼져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 한정호 청주성모병원 내과 과장
과거보다는 CT 등의 영상기술이 워낙 발전하여 이런 경우가 많이 감소되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경우를 완벽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끊임없는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런 확률을 감소시켜야겠죠.

담낭암이나 담도암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재발율이 높은 이쪽의 암은 수술에서 완전절제가 되고 암의 병기가 1기라고 해도 5년 생존율이 50% 밖에 안되죠.

여기에서 의사로서 큰 갈등이 생깁니다. 저 같은 내과의사는 이런 환자들이 수술은 잘되었으나 나중에 재발하여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리고, 과연 수술을 하는 것이 옳았을까란 회의를 가지게 됩니다.

그 반면에 외과선생님들은 수술을 하고 재발하지 않는 아주 특별히 운이 좋은 경우만 몇년 동안 진료하게 되죠. 재발하면 죽거나 저희 내과의사에게 오니까요. 그러다보니, 수술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양쪽 모두 이런 선택적인 진료와 기억이 오래되면 자기정당화의 과정에 들어가 버리죠('거짓말의 진화'란 책 참조).

자, CT 등의 검사에서 담낭암이 담낭벽을 뚫고 담도까지 들어갔거나, 간의 표피를 침범하여 들어가는 경우를 보게됩니다. 이런 경우 최소한 3기 이상의 진행된 상태이고 수술을 하여 완전절제가 되어도 5년 생존률이 5% 내외죠.

차라리 암이 왕창 퍼져서 확실하게 말기라면 수술적 치료가 효과없음을 설명하면 간단하죠.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가장 큰 고민이자 항상 문제가 됩니다.

의사는 미래를 알고 있는 신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근거를 기반으로 어느 쪽이 환자에게 최선일지 결정해야하는 '야구감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최선의 노력이 있을지언정 만족할 결과는 드물기 마련입니다.

환자의 나이가 젊다면 1%의 가능성이라도 좋으니 수술을 권유하는 것이 또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가 65세를 넘어가는 경우부터는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합니다. 과연 이런 큰 수술이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아닐지, 살아가는 기간이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도 함께 해보아야합니다. 이것이 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넘어야할 큰 산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주 한국적인 상황이죠. 암이란 사실을 노인환자에게 알려주지 않으려는 보호자들의 태도입니다. 아주 많은 경우 자식들이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되죠. 그러다보니, 환자의 치료방향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아니라, 보호자결정권이 되어 버리죠.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이 결합되다보면, 수술을 안해야되는 환자가 보호자들의 강력한 요구나 외과선생님들의 적극적 성향에 따라 수술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수술을 해야되는 환자가 보호자들의 거부나 저 같은 내과의사들의 부정적 선입견으로 수술을 포기하게도 됩니다.

어쨋든 수술 여부의 최종 결정은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직접 하게 됩니다. 인간이기도 한 의사 입장에서 이런 골치 아픈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결정을 철저히 위임하는 것이죠. 그래야 결과에 따라 욕을 안먹기도 하죠. 특히나 '깽판' 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에서는 더욱 중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 이것만 고민해도 의사로서 확신이 안서는 문제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부 위임하는 것은 조금은 무책임하고 불가능한 주문이기도 합니다.

'네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란 자문에서 저는 많은 경우 부정적인 쪽을 택합니다. 그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편하게 임종을 준비하겠다라고요. 이게 저의 아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수술을 받고 수차례의 항암치료를 받다보니, 환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되는 경향이 생겨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술을 하시는 외과나 사진을 보시는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은 환자가 마지막 임종에 이르는 과정를 직접 안보시다보니 생기는 냉정함과 과감성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임종하는 과정을 지켜봐야하는 내과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답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를 괜히 꺼내어 넋두리하고 있네요. 냉정하게 보이는 의사들도 이런 많은 고민을 하고, 서로의 결정의 정당성을 가지고 싸우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의학이 진보하고 환자들의 수명과 삶의 질(life quality)도 조금씩 향상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고난한 길에 서 있는 의사와 환자들은 모두 서로의 생명을 나누며 나아가는 것이며, 그 혜택은 우리보다 더 후배 의사와 미래의 환자들에게 작은 혜택이 되어 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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