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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 한솥이면 동네잔치 벌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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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 한솥이면 동네잔치 벌였는데…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12.22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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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푹고아 죽·국수로 먹는 보양식
양념튀김 도리뱅뱅이, 눈맛까지 사로잡아
냇가에서 멱감다 잡은 피라미와 메기에 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냄비에 펄펄 끓는 천렵(川獵)국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그 맛은 중장년층들에겐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천렵국은 고기의 형태가 없어지고 뼈와 가시가 통조림처럼 씹을 정도로 푹 고아낸 뒤 여기에 고추장과 대파, 마늘 등 갖은 양념에다 수제비나 국수를 넣고 끓인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에 민물고기 특유의 담백한 맛과 국수와 수제비가 어우러져 한그릇 후루룩 먹고나면 배가 든든해지는 보양식이다.

   
▲ 피라미에 양념 고추장을 바른뒤 튀긴 도리뱅뱅이.

천렵국에 국수를 넣으면 생선국수가 되고 쌀을 넣고 끓이면 어죽이 된다. 민물고기를 요리하는 일반음식점에서는 생선국수가 주종이지만 시골마을의 동계모임이나 단체 천렵에서는 가마솥에 어죽을 쑤는 것이 연중행사처럼 여겨진다. 민물 하천에서 흔히 잡히는 꺾지, 메기, 빠가사리, 송사리, 모래무지,누치, 참붕어, 피라미 등 모든 잡고기가 재료가 된다. 해안지역에서는 도미를 삶은 국수를 보신음식으로 먹기도 한다.

어죽은 먼저 쌀을 깨끗이 씻어 불린 다음 건져 놓는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생선을 끓인다. 푹 끓으면 국물은 체에 밭쳐 깨끗하게 거른다. 머리, 뼈, 가시 등은 골라내고 살은 잘 으깨어 놓는다. 국물에 으깬 생선살과 쌀을 넣고 너무 되지 않도록 물의 양을 조절하여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끓인다.

어느 정도 끓으면 소금, 후추, 다진 마늘을 넣고 뭉근한 불에서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저어가며 푹 끓인다. 영양가가 높고 반유동식이라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의 보양식으로 많이 이용된다. 어죽 요리과정에서 식초를 적정량 쓰면 억센 뼈를 무르게 하고 특유의 비린내도 제거해 준다.

프라이팬에 뱅돌려 놓은 ‘도리뱅뱅이’

   
▲ 충북은 남한강, 금강 상류지역으로 곳곳의 민물하천에서 다양한 어종의 고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어죽은 마을공동체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부상조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도리뱅뱅이, 이름을 입속에 굴려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음식을 보면 입에 침이 절로 고이는 음식이다. 빙어, 피라미 등의 물고기를 프라이팬에 둥그렇게 둘러놓은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도리뱅뱅이는 비위가 약해서 민물고기를 못먹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 피라미에 양념고추장을 듬뿍 발라서 바짝 튀겨내기 때문에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마치 스낵을 먹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피라미가 파삭파삭 입속에서 부서지는 느낌은 다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물고기를 튀긴 뒤 초장을 뿌린 다음 생삼, 당근를 썰어만든 채를 돌려 담아낸다.도리뱅뱅이는 금방 잡아올린 싱싱한 피라미나 빙어를 이용해 만든다. 도리뱅뱅이의 재료가 되는 물고기는 몸 길이가 8∼12㎝ 정도로 작아 한마리씩 통째로 먹을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다. 가을이 되면 여름 내내 밖으로 거침없이 뿜어내던 기운을 수습하여 추운 겨울에 대비하는 자연의 변화처럼, 우리 몸도 여름의 활발하던 양기를 거둬들여 잘 갈무리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가을철 건강의 기본원칙은 뼛골에 진액을 보충하고 살을 찌우는 일이다. 특히 초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 나는 미꾸라지(추어)는 여름내 지친 원기를 북돋고 막힌 기혈을 풀어주는 계절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만을 식재료로 쓴다는 차이뿐 민물어죽의 조리법과 거의 흡사하다. 실제로 미꾸라지를 푹 고아 애호박과 쌀을 넣어 끓이는 미꾸라지죽은 경상도 향토음식으로 지정됐다.

추어탕은 미꾸라지 어죽인 셈
미꾸라지는 소화흡수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과 칼슘, 각종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또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 예부터 서민들이 즐겨 먹던 보양식이기도 하다. 1850년께 발간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를 보면 미꾸라지로 만든 ‘추두부탕(鰍豆腐湯)’을 매우 서민적인 음식이라 소개하고, 아울러 그 요리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하루에 3번씩 물을 갈아주면서 5~6일이 지나면 진흙을 다 토해낸다. 솥에다 두부 몇 모와 물을 넣고, 여기에 미꾸라지 50~60마리를 넣은 후 불을 지피면 미꾸라지는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기어든다. 더 뜨거워지면 두부의 미꾸라지는 약이 바싹 오른 상태로 죽어간다. 이것을 썰어 향유로 지져 탕을 끓이는데 반인들 사이에 성행하는 것으로 새로운 맛을 즐긴다.”

옛날부터 추어는 병을 앓고 난 다음 몸이 많이 허약해졌을 때나 입맛이 없고 지쳤을 때 탕을 끓이거나 어죽을 쑤어 먹었다. 하지만 토종 미꾸라지가 부족해 중국산이 판을 치면서 추어탕에 대한 일반인의 선호도가 다소 떨어진 감이 있다. 또한 추부탕과 같은 전통방식의 요리도 일반 요리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 기획특집부

민물고기 요리의 영양성분

‘음식지미방’ ‘규합총서’ 등 고서에 따르면 5∼6월에 우리 조상들은 입맛을 돋우려고 민물고기 요리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충북에서는 남한강, 금강 상류를 이루는 하천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를 이용한 별미 영양식으로 어죽(생선국수)과 도리뱅뱅이(생선조림)가 있다.

민물고기의 일반성분을 보면 양질의 단백질이 15∼25%로 풍부한데,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가장 많고, 아스파르트산, 리진 등 아미노산 균형이 좋다. 소화성이 좋은 지방이 2%로 맛이 담백하며,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국물이 식어도 기름이 쉽게 굳지 않아 동맥경화나 고혈압에도 좋은 식품이다. 또한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이 풍부하여 쇠고기 등의 육류에 비해 영양적으로 손색이 없다. 도리뱅뱅이는 왕멸치 같아 보이는 한 입 크기의 작은 피라미 튀김(조림)이다. 피라미는 단백질이 18.5%로 풍부하며, 지방은 2.8%로 낮고 칼슘, 인을 비롯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영양만점의 식품이다. 특히 도리뱅뱅이는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이 풍부한 식품이다. 칼슘은 성장발육은 물론 신경안정, 장운동 촉진 및 백혈구의 식균작용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성장기 어린이, 임산부, 노인, 갱년기에 좋은 음식이다.

이 기사는 2006년에 취재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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