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과 위궤양 종이한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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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과 위궤양 종이한장 차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1.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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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청주성모병원 내과장

   
진료 환자 중 육안으론 위암인데, 조직검사에선 염증세포로만 나와 1년 간격으로 8년 동안 내시경을 한 결과 위암이 나온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 오진한 것이라며 황당한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을 믿지 못하고 이 병원 저병원 순례를 하다가 두달이 지나서야 추적내시경으로 위암이 진단되는 경우다.

당시 위암일 수 있으니 약먹고 나서 다시 검사해야하고 이것이 통상적인 방법인 것을 설명을 듣고 동의한 보호자는 이럴 때 꼭 나타나지 않는다.

언젠가 '갑자기 변이 안나온다'는 30대 초반의 여성을 진료한 적이 있다. 큰 아이는 3살, 둘째는 6달전 출산, 1달전부터 허리가 아프고, 2주전부터 변비가 생겼단다.

변비약을 아무리 먹어도 대변이 아예 안나온 단다. 관장을 해봤다. 근데 정말 안나온다……. 인턴선생에게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관장을 부탁했다.

아예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변을 좀 꺼내봐 달라고 부탁했다. 우린 이를 '똥 푼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안나왔다.

30대 초반의 여성에게 대장 내시경을 하자는 소리는 웬만해선 안한다. 그 나이에 대장에 암이 생기는 경우는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증상이 너무 심해 이틀후 내 스케줄에 어떻게든 끼어 넣어 검사를 했다. 대장내시경을 하는데 조금 들어가자마자, 장이 거의 막혀있다.

'헉 대장암인가?' 그런데 대장안은 정상인데 밖에서 눌려 좁아져 있다. 동문서답 같지만, 남편에게 설명하고 위내시경을 했다.

위 안에도 궤양이나 혹은 없다. 그런데, 위에 공기를 넣어도 잘 펴지지를 않는다. 혹시나 했는데, 보우만 타입 4형 위암이다.

좀 특이한 위암인데, 위안의 점막은 정상이고, 위벽을 둘러싸고 밖으로 퍼져가는 종류의 암이다. 일단 입원시키고, 복부 CT를 찍었다.

다 전이된 상태다. 허리 아픈 것도 척추뼈 10개 이상에 모두 암이 전이된 상태다. 워낙 젊은 사람이 암이 생기면 이렇게 확 퍼진다.

차라리 대장암이라면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아서 1년 이상 살기도 하지만 위암은 항암치료에 반응도 나쁘다.

조직검사결과가 나와 남편에 잔혹한 현실을 전했다. 결국 멱살을 잡혔다. 분명히 서울의 대형병원에 간다고 할 것이다.

검사기록 복사해 주고, 소견서 써주면 그만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결국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못할 수 있다.

환자를 살리는 것만이 의사의 일일까? 아니면 편안한 임종을 지켜주는 것도 또한 의사의 일일까? 역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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