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탈충북’ 민심, 난도(亂道)의 계절
상태바
심상찮은 ‘탈충북’ 민심, 난도(亂道)의 계절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2.03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천.옥천 타시도편입 주장 ‘솔솔’...GRDP 감소율 도내 최고

충청북도 민심이 갈래갈래 떨어져 나가고 있다. 경기침체에 이어 수도권 규제완화의 파도가 본격적으로 지역을 후려치기도 전에 북부권과 남부권 도민들이 ‘분도’(分道)를 내세우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이때 불거지고 있는 ‘탈충북’ 민심의 꿈틀거림 현상이 왜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일까. ‘난도’(亂道)당할 지경에 이른 충북의 현실을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북부.남부 민심 ‘충북’ 떠나

새해 벽두부터 충북도민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충북을 떠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논의가 불거지는 요즘 충북 북부권과 남부권의 ‘분도(分道)’ 또는 ‘탈충북’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엄태영 제천시장은 지난 달 21일 열린 시장ㆍ군수 회의에서 “제천과 단양이 이제는 4대강 살리기의 피해지역이 될 수도 있는데 충북도는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면서 "도에서 제천 단양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해서 인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인지 관심이 전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용택 옥천군수도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중심으로 왕따 당하느니 대전으로 가자는 여론이 있다"고 맞장구쳤다.

   
▲ 제천시내 전경

이들 지역은 민간차원에서 ‘강원편입’과 ‘대전편입’을 각각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제천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강원편입’ 주장이 나왔고, 옥천지역에서는 최근 지역을 대표하는 10여 단체들은 지난해 말 모임을 갖고 (가칭)대전권 편입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자치단체장들이 전면에 나서 ‘탈충북’을 외친 적은 거의 없었다. 이제 북부권과 남부권 마저 탈충북을 외치고 나서면서 충북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들 지역민들이 타시도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북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박탈감 때문이다.

제천시의 경우 혁신도시 유치가 실패했고, 종합연수타운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도시 유치실패로 충북도에 대한 비난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는데 지역의 사활이 걸린 대형사업을 유치하지 못하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옥천등 남부지역도 중부권과 북부권, 청주권 보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생활권이 대전과 더 가깝다는 것을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청주.청원으로 경제력.인구 집중
제천시와 옥천군민들이 ‘소외론’을 펼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충북의 인구와 경제력이 지난 10년간 청주권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제천시와 옥천군의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감소율이 도내 시군 가운데서 가장 높았다. <표참조>

   
▲ 충북지역 인구.지역총생산 변화
제천시는 GRDP에서 2000년에 1조219억원을 기록하면서 도내 비중 6.2% 기록했지만, 2006년에는 1조4050억7000만원으로 오히려 5.1%로 낮아졌다.

옥천군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역내총생산액 자체가 지난 2000년 8040억6000만원에서 2006년에는 오히려 7400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역내총생산비중도 4.1%에서 2.7%로 1.4%포인트나 낮아졌다. 지역내총생산 비중감소의 경우 진천군이 2.1%포인트, 괴산군이 1.9%포인트 감소했지만 진천군의 경우 규모가 이들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고, 괴산군은 증평군의 분리 탓이 크다. 그만큼 제천시와 옥천군의 지역경제 사정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천시는 지역내총생산액에서 지난 2000년에는 진천군과 불과 2200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2006년에는 무려 1조원이나 차이가 났다. 6년동안 진천군이 뛰었다면 제천시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단양군도 6년 동안 GRDP가 오히려 감소했다. 2000년 7040억 7000만원에서 6년 뒤에는 6920억8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지역경제가 뒷걸음친 것이다.

반면, 청주권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생산액과 생산비중이 모두 높아졌다. 청주시는 2006년9조9650억6000만원, 청원군은 4조1860억원을 생산했다. 양 지역의 생산액 비중을 합치면 충북도 전체의 51.4%나 된다. 청주시와 청원군으로의 경제력 집중현상은 놀랄만한 수치라고 할수 있다.

놀랄만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력의 차이는 인구증감과도 직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천시의 인구는 1998년 14만 7942명으로 청주, 충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지만 9년만인 2007년에는 13만 6398명으로 1만 1544명이나 줄었다. 이 기간에 충주시도 1만 4236명, 단양군도 8956명이 줄어 북부권에서만 모두 3만 5000명 정도가 감소했다. 제천시 인구순위는 청원군에도 밀렸다. 옥천군의 인구 또한 9년 새 7785명이나 감소했다. 보은.옥천.영동등 남부 3군의 인구 감소도 2만7000명에 이른다.

대신 청주와 청원은 마치 ‘물먹는 하마’처럼 몸집을 불렸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인구는 모두 8만9000명이나 증가했으며, 전체인구가 77만명에 이른다. 지금은 80만명에 이른다.

지방선거 앞둔 ‘정치쇼’ 시각도

한편, 일각에서는 북부권과 남부권의 움직임에 대해 지역침체등의 책임을 타시군과 충북도에 전가해 지역민의 ‘화풀이’를 시키고, 여론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선거용 정치쇼’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내년 지방선거 정국으로 갈수록 정치인들에 의해 ‘소지역주의’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옥천의 한 네티즌은 “광역화로의 행정구역 개편이 정치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문제로 군민들를 현혹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수도권규제완화에 따른 옥천의 기업유치 차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각 시군의 민심을 봉합할 수 있는 충북도의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도가 각 시군에 대한 조정기능을 잃은 지 오래됐고, 해당지역이 민심을 수습할 마땅한 ‘선물보따리’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자유치 17조원의 잔치 속에서 ’지역내 균형발전 정책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