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형 광고탑·입간판·적치물들이 보행 방해
우리나라 상가 이면도로는 불법주차 천국이다. 대로변에서 조금만 들어가도 이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기자는 지난 1월 틈나는대로 청주시내 상가 이면도로를 걸어보았다. 보행환경 실태조사를 위한 목적으로 둘러보자 거의 모든 도로가 문제였다. 도로는 예외없이 자동차들로 빼곡하고 사람들은 자동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곡예하듯 걷고 있었다.
▲ 국보로의 한 마트에서 인도에 내놓은 물건들. 선물셋트와 생필품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차도로 다닌다. |
상가를 차지해버린 상인들
청주시내 상가 이면도로는 거의 이같은 상황이지만 그 중 심한 북문로2가 삼충로의 한국산업연수원~학천탕~청주중, 사직동 국보로의 국보사거리~모충동 후생사, 그리고 수곡동 남들로의 구법원 사거리~무심서로를 취재대상으로 삼았다.
▲ 수곡동 대로변에 내놓은 풍선형 광고탑으로 인해 보행인들은 방해를 받는다. |
그는 그 원인을 공공의 공간은 내 것으로 써도 큰 잘못이 아니라는 의식과 그 정도의 위법은 단속이나 계도대상으로 생각지 않는 단속기관의 너그러움, 그리고 일상적인 불편함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지 않는 시민의식의 복합적인 현상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삼충로 산업연수원 앞길. 일방통행로이나 청주시에서 양쪽에 공영주차장을 설치, 매우 복잡하고 여유가 없다. |
그런데 ㄱ마트는 상가 좌우 인도에 아예 또 하나의 점포를 차려 놓았다. 아이스크림통과 과자, 화장지, 세제 등을 진열해놓고 그 앞에 설맞이 선물용 셋트와 과일상자들을 차곡차곡 올려 놓았다.
설이 지나 선물셋트를 치운다고 해도 작은 점포는 그대로 유지해 사람들은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다. 나머지 두 곳의 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배달용 트럭과 각종 생필품들이 인도를 차지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또 인근의 금은방과 해장국집, 옷수선집 등에서도 입간판을 인도에 내놓아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일본에 크게 뒤떨어지는 한국 ▲ 삼충로 거리에 내놓은 풍선형 광고탑. 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광고탑과 의자, 기타 쓰레기 등으로 보행인들이 걷기 힘들다.
같은 날 수곡동 구법원사거리에서 무심서로쪽 상가 이면도로. 이 곳은 아예 인도가 없는데 불법주차된 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구법원사거리~꽃다리 대로변 인도 역시 상가에서 내놓은 불법 광고물들이 버티고 있었다. 한 횟집에서 내놓은 풍선형 광고탑이 대표적이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도로폭이 12m 이상일 때 인도를 설치한다. 다만 통학로처럼 민원이 있을 때는 12m 이하이더라도 한쪽에 인도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노란선으로 그린 노측선이 이런 것“이라면서 “구청에서 불법주차 및 불법 적치물 단속을 하지만, 단속반원들이 청주시내를 모두 단속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단속할 때만 피했다가 끝나면 다시 나타나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 구 중앙극장 앞 길은 도로공사를 한 뒤 인도를 넓혀 그나마 보행하기 좋다. |
최 소장은 “일방통행로로 한 것은 잘한 일이나 양쪽에 공영주차장을 만든 것은 통학하는 학생들과 상가를 찾는 이용객들 모두에게 큰 불편을 준다. 이럴 때는 한 쪽에만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게 보행환경면에서는 훨씬 낫다”며 반대쪽은 보행자·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이 상가 활성화에도 더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곳은 여간 복잡하지 않다. 인근 거의 모든 골목이 일방통행로인데 시내 중심가와 가까워 주차장이나 마찬가지다. 경화반점~청주공고나 중앙동 주민자치센터 앞 도로는 보행자들이 차도로 다녀야 한다. 인도는 아예 없다.
▲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모습이 불안하기만 하다. 수동성당길에서 방아다리 나가는 지점. |
일본은 64년 올림픽경기를 끝내고 차고지증명제를 도입, 불법주차를 못하게 할뿐 아니라 생활도로를 대폭 개선해 시민들이 편하게 통행할 수 있게 했다는 최 소장의 말은 우리의 후진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최 소장은 또 “더욱이 일본은 생활도로를 독일에서 벤치마킹하면서 10km 이하로 다니도록 해 사람우선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사람우선정책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