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는 아이…놀면서 치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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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아이…놀면서 치료하자!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3.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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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락 청주의료원 제2 정신과장

   
▲ 최영락 청주의료원 정신과장
아이들은 언어적 표현이 미숙해 대화보다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갈등을 해결한다. 따라서 아동에게 놀이는 필수적이며 정상발달과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우리 아이들의 환경을 보면 마음껏 놀기가 어려운 것 같다. 방과 후의 학원이다 과외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남는 시간에는 과제물에 치여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있더라도 바쁜 일상에 쫓겨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부족하고 가정에서도 부모와 즐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대부분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데 그렇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는 정신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에 변화를 가져와 불안장애, 우울장애,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충동조절 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필자가 만난 부모 중에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를 가진 아이의 아빠가 있었다. 아이는 2년 6개월 동안 정신과에서 정말 열심히 놀이정신치료를 받았고, 집에서는 아빠와 함께 매일 30분씩 아이가 원하는 장소에서 아이가 선택한 놀이를 함께한 결과 지금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의 아빠는 매일 30분씩 놀아주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사업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출장을 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아이의 아버지가 참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 6개월 동안 매일 30분씩 아이와 놀아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힘들어서 집에 있기 싫었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이 아이의 아버지처럼 매일 놀이시간을 정해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부모 또는 친구들과 놀이를 즐기는 것은 아이의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마음에 의해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통제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외부의 위협이나 고통에 의해 또는 내면적 갈등에 의해 그 사람의 정서 및 행동에 영향을 주고 정서-행동상의 문제가 발생된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과 무의식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정신치료인데 아동과 청소년에 있어 정신치료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놀이정신치료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와 놀이를 할 때 어른들은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첫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야 한다. 먼저 허용 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둘째,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을 거울처럼 반향해주고 공감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도록 허락하고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아이의 빠른 변화를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아이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을 최대한 존중해 줘야 한다. 이처럼 아이를 대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마음상태도 중요하다. 부모 자신이 신체적으로 피곤하고 괴로울 때는 아이와 놀아주기 힘들고 놀이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부모님이 아이와 놀아 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는 불쾌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므로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1시간이나 2시간의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님의 마음이 편하고 잡념이 없을 때 우리 아이에게 몰입해서 놀아주어야 한다.

 놀이는 스트레스 받는 우리아이의 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배우고 탐색하여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놀이는 문제 해결 능력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의 사회적 역할(부모, 남녀, 직장 등)에 대한 준비와 연습이 된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마음속에 있는 의존성, 공격성, 애정 등의 본능적인 욕구와 바람을 표현하고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어떻게 충족하는가를 배우게 한다. 또한 놀이는 공상, 상상 또는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사회가 지니는 공통적인 가치를 가르쳐 주고 전수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주위에서 이해하기 힘든 현실과 사회라고 대우주로부터 일시적으로 철퇴하여 자기가 다룰 수 있는 작은 장난감들과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과 이에 따른 자신의 감정, 갈등, 혼돈 등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놀이는 아이들의 소우주이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좀 더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를 치료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치료자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진 어른들의 여유와 배려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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