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영화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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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영화 보러 갔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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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나쁜남자를 만났다” 김기덕 7번째 작품 ‘나쁜남자’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가 제5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의 작품 수취인불명(2000), 섬(2001)이 베니스 영화제본선에 진출한 것에 이어 이번엔 베를린영화제까지 초청된 것이다. 한 감독이 유럽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된 일은 영화계에선 ‘기적’같은 일이다.
영화는 텍스트가 아니라 꿈인 것처럼, 김 감독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그의 기이한 인생행로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보여줬던 작품들은 이제 저예산영화, 비제도권영화의 타이틀이 되었고, 김감독에겐 ‘영화계의 이단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잔인한 화면구성과 선정성은 또한 늘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자궁에 낚시 바늘 뭉치를 집어넣고, 여자 가슴을 칼로 자르는 등의 장면등을 즐겨쓰며 이야기 구조는 항상 단조롭다. 그래서 김 감독의 영화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라고들 말한다. 해외에선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 관객에겐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감독의 7번째 작품 ‘나쁜남자’는 그간의 작업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이다. 대중이 재미를 느낄수 있는 영화이다. 일단 이야기가 있다. 과도한 은유를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야기가 얽혀있다.
형식적으로도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현실과 비현실의 만남이 이어진 ‘사진 두장'으로 연결지어 준다. 자극적이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며 사창가 사람들의 사실적인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아픔을 보여준다.
또한 김감독의 작품 ‘수취인불명’, ‘섬’에 출연했던 조재현의 강렬한 눈빛연기는 영화내내 관객을 끌어들인다. 특히 그가 짐승처럼 내뿜는 한마디는 치를 떨게 한다.
영화 ‘나쁜남자’는 뒷골목 남자 조재현(한기역)이 첫눈에 반한 여대생 서원(선화역)을 창녀로 만들어버리는 ‘비상식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사창가 깡패 한기는 선화에게 달려들어 갑작스레 입을 맞추었다가 심한 모욕을 당하자, 선화를 함정에 빠뜨려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창가로 끌어들인다. 선화가 손님을 받고 있는 창녀방 옆 밀실에서 은밀하게 그녀가 몰락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점 괴로워 한다. 한기의 시선은 한 여성을 훔쳐보는 자로써의 괴로움과 설레임이 극장에 앉아 영화 속 인물들의 고통을 훔쳐보는 우리들한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선화는 이제 더이상 도망가려 하지 않는다. 여대생이 아닌 창녀로서 살아가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사진의 잃어버렸던 조각을 찾는 것은 이미 운명의 퍼즐을 맞추어 가고 있는 감독의 장치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감독이 원했던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있다. 나쁜남자 한기의 사랑에 손을 들어 주고 있어 보인다.

아름다운 시절, 난 ‘마리’를 만났다 이성강 감독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

단편애니매이션을 만들어 온 이성강 감독의 2D, 3D합성 애니메이션. 그는 ‘덤불 속의 재’로 애니매이션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 ‘마리이야기’는 기획 단계부터 SLCAF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마리이야기’는 ‘바닷가 소년 남우’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이다. 남우는 폭풍우로 아버지를 여의고, 식당을 하는 어머니 할머니와 살아간다. 유일한 친구였던 준오마저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자, 남우의 외로움은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신비로운 구슬을 손에 넣은 남우는 등대속에서 환상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구름처럼 생긴 큰 개와 환상의 소녀 ‘마리’. 환상의 소녀 ‘마리’는 묘한 설레임을 남겨놓는데…
영화는 눈 내리는 겨울날, 회사원이 된 남우가 고향친구 준오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남우의 회상에서 시작해 소년시절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환상과 현실의 사이를 대칭적으로 그림으로써 유년시절 남우의 환상이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수채화와 유화를 섞어 놓는 듯한 채도, 은은한 파스텔의 색감은 환상과 현실묘사에 모두 잘 어울린다.
신비로운 소녀 마리가 사는 아름다운 숲과 바다와 하늘은 몽환적이다. 감독은‘마리’를 신비하고 아름다운 생물로 그리려 했으며, 또한 이름은 짐승을 셀때 쓰는 단위 ‘마리’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속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는 이병헌, 공형진, 배종옥, 안성기, 나문희, 장항선등이 맡아 친숙하게 느껴진다. 환상과 일상, 어른과 아이를 아우르는 애니매이션 마리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답다.

미지에 세계에 대한 공포‘오픈유어아이즈’의 감독‘디아더스’

‘유럽의 스필버그’라고 떠오르고 있는 알데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오픈유어아이즈’에 이어 내놓은 또 하나의 스릴러다.
1945년 영국 채널 제도의 져지섬. 늘 안개로 덮인 외진 곳의 저택에 젊은 부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희귀병을 앓고 있는 두 아이 앤, 니콜라스와 함께 살고 있다. 햇빛에 닿으면 물집이 생기고 목숨까지 위험한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집안의 모든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어느날 하인들이 모두 떠나버린 저택에 밀즈 부인 일행이 찾아오고, 그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도 없는 이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고,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피아노가 저절로 연주되기도 한다. 디아더스의 공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소한 것들에 단서가 하나씩 드러 날뿐이다. 하지만 ‘디아더스’는 여느 공포영화처럼, 초자연적인 존재를 쫓는 것으로 바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을 혼란시킨다. 디아더스(타자)는 누구인가? 밀즈부인 일행인가. 침입자인가. 단순한 아이들의 장난인가. 디아더스는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반전이 기대되는 영화이다. 니콜키드만의 히스테리연기도 볼만하다.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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