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미술관 놀이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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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미술관 놀이터로 간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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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주최가 되는 참여미술전- 갤러리 신 ‘나도화랑간다’

0월0일 토요일
야! 봄방학이다. 요즘 봄방학을 맞아 엄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등을 자주 데려가 주시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늘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나는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 가까이 다가갈려 치면, 엄마는 곧 “여기선 떠들면 안된다, 만지면 안된다”고 말씀하신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서는 그저 조용히 가만히 있어야 혼나지 않는다. 그래서 따분하다…
미술관에서는 “뛰지마시오, 만지지 마시오”가 작품감상의 예절이 돼버렸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런 주의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느끼길 원한다. 멀리서 감상하기 보다는 가까이 함께 놀고 싶어한다. 그러나 미술관을 찾는 아이들은 먼저 작품과의 일정한 거리와 엄숙한 몸가짐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참여미술전 ‘나도 화랑간다’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는 미술관계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부분이다.
지금 갤러리 신에서 열리고 있는 ‘나도 화랑간다’전시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참여미술적 성격’을 띄고 있다. 완성품을 선보이는 전시형태를 벗어나 관객의 참여로써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 그러나 어려울것은 없다.
전시장에는 학교앞 문방구에 있을법한 뽑기기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어른도 아이도 동전 2개를 넣고 뽑기기계를 돌린다. 그러면 조립로버트와 종이쪽지가 들어있는 유리공이 똑 떨어진다. 종이쪽지에는 ‘지금하고 싶은 것’,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말’, ‘엄마아빠얼굴그리기’ 등등의 다양한 요구사항이 적혀있고 관객은 이제 글로 그림으로 혹은 순간의 몸짓으로 지시사항을 표현한다.
이는 이종현(35)씨의 설치작품 ‘엄마의 잔소리’이다. 이씨는 수백개의 뽑기용품들을 전시장에 주발처럼 길게 늘여뜨리기도 하고 벽면에는 엄마의 잔소리들로 가득 메꾸어 놓았다.
그런데 이런 뽑기기계, 엄마의 잔소리 등 익숙한 풍경들이 참 묘하게도 우리에게 낯선행위를 이끌어낸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낯선행위 말이다.
이씨는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오락기계를 택했고, 아이들이 오늘 만큼은 엄마와 함께 즐겁게 뽑기를 하고 전시장에서 재미있게 놀수 있었음 좋겠다”며 “관객의 능동적 참여로 전시장이 새롭게 꾸며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씨의 설치작품이 공간의 변화를 꾀하며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면, 이번전시의 또 한명의 참여작가 윤지선(28)씨의 작품은 조금은 색다른 형식을 취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또는 몇분간 ‘내가 작품이 되기’이다.
이는 작품에 비워진 부분을 신체의 일부분이 참여하여 완성을 이끌어내는 형식을 취한다. 그래서 전시장의 지시문구는 다음과 같다. “손을 넣어 보세요. 혹은 머리를 넣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게 손을 내밀고 머리를 내밀어 본다. 그러나 이런 낯선경험은 낯선기억을 남겨놓는다.
얼굴을 내민곳은 몸통만 선혈히 있는 생닭, 더군다나 성기를 표현하기 위해 털까지 심어놓았다. 이것은 분명 벌거벗은 몸뚱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미 그것이 인간의 몸이든 닭이든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그 물질의 경계는 의도적으로 해체되었기 때문.
그리고 손을 내민다. 작품과 하나된 손은 닭발처럼 보여진다. 이렇듯 너무나도 익숙한 나의 신체는 어느 덧 낯설음으로 변화한다.
윤씨는 또한 옷도 만들어 설치했다. 그런데 보기에 좀 민망하다. 걸려놓은 바지마다 성기도 보기좋게 만들어 놓은 것. 이렇듯 윤씨의 옷은 곧 몸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계급구조사회에서 옷은 이미 평가의 수단인 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엿보인다.
이와같은 ‘낯설게하기’작업에 대해 윤씨는 “사람을 오랫동안 만났는데도 알지못했던 낯선행동이 나올때 처음엔 당황하지만 그 이후론 더욱 친밀해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나도 화랑간다’전시는 3월 7일까지 갤러리 신에서 열린다.
갤러리 신 큐레이터 이지호씨는 “참여미술전시의 작가선정에 있어서는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고려했지만, 작품성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장소를 제공했을뿐 이제 전시를 끌어나가는 것은 관객이다. 이와같은 놀이개념의 미술은 현대미술의 또다른 소통의 공간을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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