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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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07.2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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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최 내달 7~9일 도깨비페스티벌 열려
도깨비문화 중심 속리산, 지역 컨텐츠로 육성

   
▲ 보은의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가 첫번째로 여는 도깨비축제. 도깨비를 지역 문화컨텐츠로 개발,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옛날 속리산 자락 어느 마을에 친한 청년 둘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누가 더 담력이 센지 내기를 하게 됐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말티재 정상에 말뚝을 박고 오는 사람에게 술한잔 거나하게 사기로 한 것.

청년 중 한명이 호기를 부리며 말티재에 올라 말뚝을 박고 내려오려고 몸을 돌리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그를 잡아당기는게 아닌가. 그 청년은 그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산 아래서 기다리던 청년이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찾으러 말티재 꼭대기에 올라 보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기막힌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호기를 부리며 말티재에 올라간 친구는 말뚝을 자신의 옷자락에 꿰어 박아 놓았고 뒤돌아 내려가려는 순간 누가 자기를 잡아당기는 줄 알고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청년이 가지고 올라간 말뚝은 옆에 놓여 있고 정작 청년이 박은 말뚝은 울퉁불퉁한 도깨비방망이었다. 두 청년이 내기하는 것을 보고 이 산에 살던 도깨비들이 짖꿎은 장난을 친 것이었으며 이 이야기가 삽시간에 먼 마을까지 전해졌다.’

속리산 말티재에 전해오는 도깨비 말뚝박기 전설이다.

함평엔 '나비' 속리산엔 '도깨비'

8월 7일 도깨비영화제와 도깨비 숲길 체험 등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9일까지 사흘동안 열리는 제1회 속리산도깨비페스티벌은 이런 지역의 민속문화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았다.

부적·문양·판화찍기, 탈만들기 등 도깨비와 관련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콘서트, 마술공연, 인형극, 도깨비 굿 등 다양한 볼거리, 도깨비 그림 그리기, 씨름대회와 같은 다채로운 참여행사도 마련된다.

특히 속리산도깨비축제는 기획부터 행사준비, 진행까지 모든 과정을 지역 민간단체인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이사장 김남수)가 진행하는 100% 민간 주도 행사다.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는 이미 1998년 작고한 민속학자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을 통해 속리산과 도깨비의 연관성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뒤 이를 향토문화적으로 연구해 2차례 관련 서적을 내는 등 축제를 준비해 왔으며 축제를 주관할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이번 축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학술차원의 ‘도깨비로 만나는 아시아 민속학술대회’와 ‘전국 속리산도깨비 스토리텔링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연구활동의 결과다.

주모할 만한 점은 단순히 도깨비를 주제로 한 축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리산과 도깨비를 민속과 정서로 통일시킴으로서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된 컨텐츠로의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제의 주제를 ‘속리산도깨비와 떠나는 숲속 여행’이라고 정한 것이나 스토리텔링대회와 함께 오리숲과 말티재 열두 굽이를 넘는 ‘도깨비 밤 길 달리기대회’ 등 지역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속·정서, 축제로 승화 성공여부 주목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는 ‘도깨비’가 침체돼 가는 지역관광 활성화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관람객을 모아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여느 지역축제와는 달리 도깨비축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민속정서를 기복(祈福)신앙의 중심지 속리산과 통일화 해 문화컨텐츠로 상품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수 이사장은 “함평의 나비축제가 전국 규모로 부상해 대형 행사로 자리를 굳혔는데 함평에 있는 나비와 보은에 있는 나비가 무엇이 다른가. 나비가 살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볼거리, 즐길거리, 손으로 만져보는 체험적인 요소까지 곁들여 문화상품화 해 성공한 것이다. 속리산도깨비 또한 지역축제라는 형식을 빌어 참가자들을 모아 홍보하고 상품화 하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은과 속리산을 상징할 수 있는 문화컨텐츠로 개발하고 육성할 충분한 가치와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이 단체는 속리산도깨비의 캐릭터와 1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으며 24일에는 도깨비 문화컨텐츠 진흥 세미나도 개최한다. 또한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9 서울 캐릭터 페어’에도 참가하는 등 문화산업상품화도 이뤄지고 있다.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축제를 계기로 도깨비를 주제로 한 다양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최석주 국립공원 속리산관광협의회장은 “도깨비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축제로 선정돼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도깨비박물관과 테마파크 등 속리산을 도깨비 민속문화의 상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도깨비의 고향은 속리산입니다”
김남수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 이사장

   
▲ 김남수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 이사장.
“도깨비는 동양종교와 토속신앙의 융합이 근간이 돼 나타난 민속문화의 한 부분인데 속리산이 이 동양종교와 토속신앙 융합의 큰 발원지다.”

속리산과 도깨비가 무슨 관계냐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김남수 (사)속리산향토문화사랑회 이사장의 대답이다.

법주사는 기복신앙, 무속신앙을 흡수하면서 속리산법주사탑돌이, 속리산 송이놀이가 전승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깨비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났다. 법주사 팔상전 막새기와에 도깨비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하는 좋은 예가 되며 사천왕 역시 인도의 토속신앙에 서 유래된 도깨비들이 부처님에게 귀의하면서 불교문화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또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강, 금강, 낙동강의 원류로 문화발상의 주요한 요소가 되는데 이를 삼파수 또는 삼타수라 부른다. 삼파수가 있는 속리산은 기복신앙의 무대가 되었으며 도깨비 문화 역시 속리산을 중심으로 이곳저곳에서 전설이나 그림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교와 민속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도깨비문화를 컨텐츠로 개발해 관광활성화와 지역발전에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전국 어디에도 도깨비는 있지만 도깨비문화 원형은 속리산이 가지고 있다. 속리산만의 자연환경과 민속정서 안에서 펼쳐지는 도깨비 축제는 타 지역과의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다양한 문화상품화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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