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발전한다면 무슨 일을 마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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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발전한다면 무슨 일을 마다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0.03.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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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영석 충북도립대 총장

연영석 충북도립대 총장(59)을 모처럼 식당에서 만났다. 당연히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는 어릴적 가난했던 시절 얘기부터 좋아하는 음식, 최근의 학교 얘기까지 많은 것을 풀어놓았다.

“학교 갔다오면 소죽 끓이고, 나무 해오고,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다. 몇 번의 위기끝에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뒤늦게 큰 형이 ‘공부는 꼭 해야 한다’고 야단을 했다. 그 때는 이미 원서접수가 끝난 상황이었다. 결국 형이 교장을 찾아가 사정 사정해서 고등학교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공부는 잘해 ‘육사가면 돈 벌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한 선배 말만 믿고 시험을 쳤는데 합격했다.”

육사출신으로 공직에 입문, 승승장구한 그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연 총장은 충북도 문화진흥국장, 도의회 사무처장, 청주시 부시장, 충북도 정책관리실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11월 충북도립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98년 개교한 도립대의 시설과 실력면을 ‘괄목상대’하게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우리는 ‘경북집’(043-211-9200)에서 새뱅이매운탕을 주문했다. 율량동에서 봉명동으로 이전한 ‘경북집’은 깔끔하고 무척 넓었다.

한 눈에 봐도 많은 돈을 투자한 것 같았다. 그 중 찌개맛이 변하지 않은 게 제일 반가웠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빈대떡과 칼칼한 새뱅이매운탕, 백세주 한 잔. 맛도 있고 속도 든든했다. 미나리, 버섯, 감자, 무, 호박 등 각종 야채가 가득 든 민물 새뱅이찌개는 이 식당의 대표음식 중 하나다. 그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대신 생선과 청국장 같은 토종음식을 즐긴다고 했다. 외지에서 오는 귀한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곳으로 유명한 ‘경북집’은 민물 생선을 맛있게 끓이는 집으로 이름이 나 있다.


연 총장은 현재 충북도를 떠났지만, 조금 과장해서 충북도에서 살다시피한다.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다. 도에서는 도립대에 매년 40억원을 지원하나 올해는 54억원을 받아냈다.

“내가 주요과제로 정한 것은 시설개선과 홍보, 실력향상이다. 옥천공고 건물을 약간 개선해 쓰는 만큼 좁고 낡아 대대적인 시설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교수실, 강의실, 실습실, 편의시설을 보강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고 낡은 기자재도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게 홍보다. 옥천군 고속도로변과 청원IC에 광고판을 붙였다”는 그는 대학 얘기가 나오자 할 일이 태산처럼 쌓였다고 말했다.

“또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충북도립대발전재단도 만들어 장학금을 유치하고, 졸업후 우수학생에게 주어지는 도내 공무원 특별임용 혜택도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이렇게 하면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지 않겠는가. 그래서 4년 동안 해야 할 48개 중장기과제를 뽑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연 총장은 대학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관내 고등학교에 가서 인사를 했다고 한다. 한 때 65%까지 내려갔던 학생 등록률이 올해는 100%를 기록해 한시름 놓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들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어쨌든 학교가 좋아지는 모습을 구성원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실현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연 총장은 “옥천에 맛있는 생선국수 집이 있다. 놀러오라”면서 급히 옥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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