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지리 주민들의 목숨 건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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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지리 주민들의 목숨 건 외출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2.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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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얼어붙는 대청호 뱃길 막히고 발길은 묶여
주민들 “구름다리 설치해 이동권 보장해 달라” 요구

옥천신문/ 군북면 막지리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 나갈 때 배를 타고 1km정도 나가야 한다. 육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내면 답양리로 20km를 돌아가야 하는데다 눈이 오면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험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민들의 발이 되던 뱃길도 지난 설 전날부터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혹한이 계속돼 매일 얼음을 깨고 뱃길을 만들려고 해도 금세 다시 얼어붙었다. 이에 주민들은 얼어붙은 대청호 위를 걸어 이동하는 위험천만한 방법을 선택했다. 50명이 넘는 막지리 주민 전체가 60대 이상으로 평균연령이 높지만 오늘도 마을 밖에 볼일이 있는 주민은 얼음 위를 걸어간다. 연로한 주민이 많다보니 물에 빠지는 것은 물론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위험도 있었다.

▲ 군북면 막지리에서 소정리로 가기 위해 사람들이 얼어붙은 대청호 위를 걸어가고 있다. 만약을 위해 로프를 설치했지만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수길(72)이장은 매일 선착장에 나와 얼음을 깨고 있지만 뱃길이 열리지 않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매일 선착장에 나와 뱃길을 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다음날이면 얼어붙어버리니까 배를 못 띄워요. 게다가 프로펠러가 얼음에 부딪치면서 부러진 부품이 벌써 몇 개짼지 모르겠어요. 쇠스랑과 쇄빙선으로 얼음을 깨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이제 곧 날이 풀릴 텐데 자칫 얼음이 깨져 주민이 물에 빠지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마을에서 가장 젊은 주민이라는 손용화(62)씨는 주민들이 얼음 위를 걸어 이동하는 게 위험천만한 일이라 우려했다. 마을 주민의 안전을 위해 얼음 위에 로프를 설치하고 새끼줄을 신발에 두르거나 목장갑을 신발에 끼고 얼음 위를 지나도록 하고 있지만 위험한 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해빙기 맞아 위험성 더 높아져

이수길 이장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만이라도 건널 수 있도록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것이라 말했다. 다리를 설치하면 주민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고 얼음판에 미끄러지거나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불상사도 없어진다는 것.

“면장과 군북면 직원들을 찾아가 여러 번 구름다리를 놔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리를 설치하면 우리 막지리 주민들은 물론 외부에서 마을을 찾는 사람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어요. 구름다리를 만들면 우리 주민의 안전도 보장되고 하나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막지리 주민들은 얼음 위를 걷기 전 신발에 새끼줄을 감거나 장갑을 신발에 껴서 이동한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덜 미끄럽다고 한다.
군 건설교통과 박영범 내수면팀장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구름다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구름다리를 만드는 건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대청댐관리단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것. 박 팀장은 “대청댐관리단의 승인이 있어야 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구두로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청댐관리단에서는 군에서 협조공문이 오면 공사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군과 대청댐관리단의 협의가 이루어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막지리 주민들은 위험에 오롯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옥천군도, 대청댐관리단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동안 주민들은 오늘도 목숨을 건 외출을 감행한다.

날씨가 따뜻해져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다. 구름다리의 설치가능성을 논의하는 것과는 별개로 지금 당장 막지리 주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관계 기관의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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