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없는 일제강점기 유물 여전히 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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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없는 일제강점기 유물 여전히 잔존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3.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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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제거하기보단 ‘산 역사서’ 활용 고민해야

옥천신문 / 독립운동 유적도 방치되어 있지만 우리지역의 일제강점기 유물도 아직 방치되고 있다. 황국신민서사비는 별다른 설명 없이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사이 실개천 돌다리로 사용되고 있고 죽향초 내 ‘구스노키 마사시케’라는 일본 무사상이 있던 자리로 알려진 받침대에는 지금도 이순신상이 서있다. 또한 2007년 6월에 발견된 ‘명치천황 추모비’도 별다른 설명 없이 오늘도 명치천황을 추모하고 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일제강점기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자료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

▲ 죽향초 졸업생들의 문제제기로 94년 학교에 서 있던 황국신민서사비를 들어냈지만 이후 별다른 설명없이 정지용생가 옆 돌다리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정지용생가와 문학관 사이 실개천 돌다리로 사용되고 있는 돌은 원래 황국신민서사비였다. 해방 뒤 글자를 지우고 ‘통일탑’이라는 글자를 새겨 죽향초에 세워두다가 1993년 졸업생들이 일제 잔재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듬해 지금의 위치로 옮겨다놓았다.

하지만 돌다리 주변에는 아무런 표지판이나 안내 문구를 찾을 수 없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들어낸 돌을 별다른 설명 없이 정지용 생가 주변에 가져다 놓은 셈. 이는 옥천향토전시관 입구에 구체적인 설명을 달아 세워놓은 동이초 황국신민서사비와는 대조적이다.

옥천향토전시관 돌간판으로 쓰이고 있는 동이초 황국신민서사비에는 ‘이 돌은 일제 학정 때, 이른바 황국신민서사를 일본어로 새겨 놓고 당시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일본임금에게 충성을 다 하겠다'는 맹세를 강요한 쓰라린 역사의 유물’이라고 설명이 쓰여 있다.

2007년 6월 문정리 춘추 민속관(대표 정태희)에서 발견된 명치천황 추모비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다. 정태희(59·옥천읍 문정리)씨는 명치천황 추모비에 관심 없는 곳은 옥천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일왕 추모비 군 ‘보고도 못 본 척’

정 씨는 “지난 2007년 보도 이후 추모비를 달라는 사람도 있고 연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임대하려는 사람도 있었으나 지역과 관련된 자료라 생각해 넘기지 않았다”며 “일본인들은 찾아와 연구도 하는데 정작 옥천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 비교적 최근인 2007년 6월에 발견된 명치천황 추모비. 일본학계와 국내 일제강점기 연구단체에서 관심을 보이는 반면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문화관광과 김성종 문화예술팀장은 다방면으로 고민해 일제강점기의 유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교육을 위해서도 일본과 관련된 유물의 설명이 필요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안이나 철거를 하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죽향초 내 일본무사상이 있던 받침대도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다. 일본 군국주의를 조선인에게 주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사상이 있던 자리에 애국의 상징인 이순신상을 세워 놓은 점이 수차례 지적됐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 지난 1993년에 처음 문제제기가 된 이후 2005년 8월에는 이순신상을 별도로 건립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다.

죽향초 태봉추 교감은 일제잔재라면 당연히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 교감은 “철거를 하거나 안내문을 설치하려면 교육지원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교육지원청에서 결정된 공문을 보내면 이순신상을 기증한 동창회원, 교장선생님과 함께 논의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일제강점기의 유물을 무조건 철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모두 죽으면 그 이후에는 기록이나 유물을 통해서만 당시를 볼 수 있다”며 “정지용 생가 주변에 있는 황국신민서사비와 명치천황 추모비, 일본무사상좌대를 보존하고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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