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인사 떨게 만든 최대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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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인사 떨게 만든 최대 시한폭탄?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6.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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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로비 의혹 지역사회 술렁 ‘2H 리스트’ 존재여부 촉각
단체장·총선 주자 실명 거론, 잠적 한 씨 신병확보가 관건

   
▲ 대규모 철거권과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홍 모씨와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 모씨를 둘러싼 이른바 ‘2H 리스트’의 존재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검찰 수사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철거업체 대표 홍모 씨와 관련한 의혹 중 그가 회사 돈을 빼돌려 3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 외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검찰 소식통을 통해 그가 옛 대농 부지에 초고층아파트 사업을 벌이는 개발업체 (주)신영에 철거사업권을 따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지역사회에 초대형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을 다는 측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미완성이지만 여기에 거론되는 인물과 이들이 얽힌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미뤄볼 때 시한폭탄의 뇌관은 두 개다. 잠적한 한 모씨가 쥐고 있는 철거사업권 로비 의혹의 실체와 철거업자 홍 씨가 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관계 인사들과의 커넥션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영문 이니셜을 딴 이른바 ‘2H 리스트’ 존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 씨가 갖고 있을 열쇠 꾸러미

옛 대농 건물 철거사업권 로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홍 씨와 (주)신영을 연결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씨의 신병확보가 관건이다. 한 씨는 지난달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돌연 잠적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중인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 어쩔 수 없이 지난달 20일 홍 씨를 전격 구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씨의 신병확보에도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검찰은 홍 씨의 횡령과 비자금조성은 물론 불법 로비의 실체를 파악해 한꺼번에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사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따라 우선 홍 씨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인지, 한 씨 신병확보 실패 책임을 덜기 위한 검찰의 핑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로비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씨를 검거해야만 한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당연히 로비 대상자로 알려진 (주)신영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겠지만 이 또한 공식적인 확인은 거부하고 있다.
한 씨가 로비스트로 나섰다면 누구를 접촉해 얼마를 건넸는지, 또 다른 인물은 연루되지 않았는지의 여부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한 씨가 홍 씨로부터 5억원을 받아 (주)신영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는 정황이다. 이중 실제 얼마가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얘기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한 씨 어디에 있을까

로비 실체 규명의 열쇠를 갖고 있는 한 씨의 신병에 대해 검찰은 ‘찾고 있다’는 말 외에 입을 닫고 있다.

하지만 한 씨가 원시인처럼 세상과 담을 쌓고 있지 않는 이상 이동경로와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직 수사관 A씨는 “지금처럼 정보화가 발달된 상황에서 용의자가 완벽히 자신을 숨기며 잠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외국으로 도피했다 해도 출입국 기록이 남고 국내에 있다면 더욱 수사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자신과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의 통화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인터넷을 사용했다면 로그인 기록도 남는다. 은행을 이용했다면 얼굴이 고스란히 CCTV에 찍혔을 터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전원만 켜져 있다면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실제 2003년 불거졌던 양길승 청와대 행정실장 청주 방문과 접대 의혹사건에서 그가 머물렀던 나이트클럽 인근의 기지국과 연결된 수백 개의 휴대 전화번호를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도로 곳곳의 단속카메라와 방범용 CCTV, 여기에 그물망처럼 설치된 CCTV, 최근에는 차량용 블랙박스 까지 급증하고 있어 사실상 감시망을 뚫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A씨는 “한 씨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수사가 길어질 경우 나타날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철거사업권 로비를 넘어 정관계 커넥션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에 수사가 장기화 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씨 입, 불 붙은 도화선?
 
이른바 2H사건이 철거사업권 로비에서 정관계 커넥션 의혹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이미 철거업자 홍 씨와 관계를 맺어온 정관계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홍 씨와 친분은 있지만 돈을 받는 등 거래한 적은 결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건과의 연관성과는 관계없이 10여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현직 단체장은 물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주자도 포함돼 있어 자칫 엉뚱한 곳까지 파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총선이 10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다면 거론되는 인사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시한폭탄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 씨가 정관계 인사들에게까지 전방위 로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업체가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확보했고 사업다변화 등 모험을 감행하는 취향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토박이인 홍 씨가 정관계 인사들과 사업적인 필요에 의해 관계를 맺어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관계 로비 의혹도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홍 씨를 둘러싼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떠나 빠른 시일 내에 진실을 규명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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