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흠집내기 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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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민주, 흠집내기 경쟁 ‘점입가경’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6.23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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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공세엔 모르쇠, 기회보다 대 반격
하이킥, 니킥, 암바, 백스핀 블로우…. 격투기의 공격 기술이 아니다. 한나라와 민주당 충북도당이 벌이고 있는 상대 때리기가 격투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와 민주당은 주요 현안이 부각될 때 마다 상대방 비난 공세를 계속해 오고 있다. 도민 정서에 호소하고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기도 한다. 때로는 개그맨들의 말장난 같은 수준 이하의 논평을 쏟아내며 조금이라도 더 상대방에 흠집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두 정당이 공세를 펼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초강경 모드가 유지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도지사와 청주·청원 등 소위 핵심 단체장을 민주당에게 내 준 한나라당의 위기의식과 10개월도 남지 않은 19대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전후해 인적쇄신을 이룬 민주당충북도당이 선명성을 부각하며 적극적인 목소리 내기에 나선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 정당의 흠집 내기 공세에 던져지는 시선은 결코 부드럽지 만은 않다. 상대 정당의 정책과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본질을 뛰어넘는 논리비약과 비방으로 치닫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는 한마디 해명도 않은 채 상대방 흠집내기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나라, 이 지사 측근인사 비난
한나라당은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의 인사를 주요 때리기 소재로 삼고 있다. 지난 3월 말 충북도가 발표한 정책자문단 구성을 두고 이 지사 측근과 진보성향의 인사들로만 구성됐다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5월 들어 충북문화재단 이사 선임 문제가 언론을 타자 공세의 수위를 바짝 높이기 시작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 코드에 맞는 인사만을 내정했다며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민주당에 동조하는 일부시민단체가 삼위일체가 돼 만든 ‘그들만의 예술적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점잖은 편이었다. 강태재 문화재단 대표의 학력 문제가 거론되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강 대표 사퇴를 압박하며 ‘이 지사의 아집과 독선이 계속된다’고 비난했고 나아가 ‘몰상식’으로 몰았다. 공세는 이 지사와 민주당에 그치지 않고 충북도의회와 시민단체 까지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도의회를 ‘이 지사의 홍위병, 거수기’로 표현했으며 강 대표가 속해 있는 시민단체들을 향해 ‘꿀먹은 벙어리’라고 힐난했다. “민선4기 때 사안마다 도정을 견제하고 비판일색이더니 자신들의 대표가 관련된 일이라 가만히 있는 것인가?”라는 비아냥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지난 3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강 대표 사퇴와 관련,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시민단체 아직 멀었다’라는 논평을 통해 ‘후안무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더욱이 일부 시민단체 간부의 음주운전 등을 거론하며 도덕성까지 도마위에 올렸다.

   

민주, 김성규·김양희 의원에 맹공
민주당은 병든 소를 불법 도축과 관련된 해장국집 실제 운영자인 김성규 청주시의회 의원 때리기에 주력했다. 김 의원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해장국집의 서류상 주인은 김 의원 부인이지만 6.2지방선거 공보물, 중안선관위 홈페이지와 청주시의원 수첩에 자신이 본점을 운영하는 진짜 주인임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도 빼 놓지 않았다. 공천 잘못에 대해 사죄하고 해당 청주시의원을 즉각 제명해야 한다는 것. 공세에 몰린 김 의원은 한나라당을 자진 탈당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뒤 오히려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명의를 걸어둔 김 의원 부인만 불구속 기소한 것은 바지사장만 처벌하겠다는 것이므로 실제 주인인 김 의원을 조사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김성규 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한나라당 김양희 도의원에 화살을 겨냥하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16일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에서 “일부 유학생들이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도 모르며 이들은 학교에서는 그냥 엎드려 자는데도 불구하고 학점이 잘 나온다”고 비하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가장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는, 학사관리에 큰 문제가 있어서 언론에 된 통 매를 맞은 청주 모 대학은 학사관리도 안되고 공부안하고 일부겠지만 식당으로 술집으로 알바 나가서 돈벌이를 하는데 뭐가 부족해서 페스티발을 열어줘야 되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유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식당으로, 술집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로 돈벌이에 나선 한심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청주의 특정대학교를 폄훼했다는 것이다.

메아리 없는 공세만 반복
한나라와 민주당은 서로 공세를 퍼부으면서 정작 자신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는 한마디 설명은 물론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충북문화재단 대표와 이사와 선임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공세에 민주당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고 김성규 의원이나 김양희 의원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또한 이렇다할 반박없이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 당의 이같은 모습은 상대방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겠지만 비난과 비방만이 난무하는 지역 정치권이 결국 도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전한 비난과 토론은 정치는 물론 지역현안 해결과 지역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과 정치공세는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더욱이 유권자들은 서울 정치권을 따라하는 듯한 모습에 환멸을 느낄 뿐”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의 정당 관계자는 “논평이나 성명을 통해 공세를 펴는 것은 그 내용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것와 함께 정당의 존재를 과시하고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국회의원 총선이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상대방 때리기 전략은 더욱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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