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늘고 손님은 줄고…대박 사업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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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늘고 손님은 줄고…대박 사업 옛말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1.06.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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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사이 골프장은 두 배 증가, 내장객은 30% 감소
매각…부도…신규 건설 주춤, 영업이익률도 9% 급감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낫겠다.’ 지난 겨울 강추위로 내장객 발길이 끊긴 한 골프장 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유난히 폭설이 잦았던 지난해에 이어 두 해 연속 ‘겨울 장사’를 하지 못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푸념이다. 더 큰 문제는 겨울 뿐 아니라 성수기 영업실적도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도내 골프장들의 영업이익률은 15.5%로 1년 사이 9%나 감소했다.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 초중반의 절반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영난에 시달리는 골프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중원 스카이뷰와 대호단양CC는 지난해 주인이 바뀌었으며 개장 두 달 만에 부도가 발생한 청원 오창테크노빌GC는 채권액만 500억원 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골프장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부도가 발생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오창테크노빌GC가 개장 두 달 만에 부도를 내 500억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새롭게 건설이 추진되던 상당수 골프장도 사업이 주춤하며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일부 주민들이 잔금도 못 받고 재산권행사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산림훼손 등 환경오염, 공사로 인한 주민피해 등이 대부분이었던 골프장들의 부작용이 점점 다양해지고 이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영업 이익률 9% 급감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28개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모두 166만2906명으로 2009년에 비해 1.1% 감소했다.

하지만 2009년 내장객이 집계된 골프장이 22곳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장객 감소 폭은 더욱 커진다. 이는 1홀당 내장객으로 환산하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도내 골프장들의 1홀당 내장객은 3242명으로 2009년 4153명에 비해 무려 21.9%나 급감한 것이다. 골프장 사업의 위기가 결코 엄살이 아님을 증명해 주는 대목이다.
골프장 증가가 골프인구 증가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2007년 도내에서 운영되던 골프장은 13곳에 불과했다. 당시 골프장을 찾은 총 내장객 수는 115만8600명으로 지난해 보다 50여만명 적었지만 1홀당 내장객은 4598명으로 무려 42%인 1300명이나 많았다. 18홀을 운영하는 골프장의 경우 3년 만에 고객이 2만4000명 줄어든 것이다.
3년 사이 골프장은 13곳에서 28곳으로 115% 증가한 반면 내장객은 42%나 줄었으니 당연히 수익도 금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골퍼들은 성수기에도 골프장 부킹난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모씨(42·청주시 흥덕구 사직동)는 “대중제는 물론 회원제 골프장도 비회원들의 예약이 어렵지 않은 경우가 있을 정도다. 심지어 일부 골프장들은 비회원들에게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사이버회원제를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골프장들은 고객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9홀 대중제 골프장들이 카트이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이미 관행으로 굳어졌고 입장료를 3~4만원으로 할인하기도 한다. 회원제 골프장들도 조조나 야간 할인, 9홀 라운드 운영 등의 이벤트를 통해 비회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손님 모시기 무한경쟁 돌입

골프장들의 고객유치 경쟁이 이용객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이지만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청원 오창테크노빌GC. 개장 두 달만의 부도로 알려진 것만 500억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발생했고 편법으로 회원권까지 분양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심지어 회원들은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새주인을 맞을 경우 채권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며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원권이 편법분양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해줄 인수주체를 찾고 있는 상태다.

신규 건설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토지주들의 재산권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골프장 사업자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경우 매매는 물론 대출이나 형질변경, 심지어 건축물을 짓는 것도 제한된다. 토지주는 잔금을 모두 받고 소유권을 넘겨주길 원하지만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애를 태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시중보다 높게 쳐주겠다며 임야를 팔라고 해 계약을 맺었지만 몇 년째 잔금을 못 받고 있다. 온전히 내 땅도 아니고 남의 땅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침체와 금융환경의 변화로 추진중인 상당수 골프장들이 지지부진하거나 계획을 미루고 있다. 충주시 노은면의 나라CC는 2년 전 이미 골프장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앙성의 제피로스CC도 지난해 1월, 체리파크CC 역시 12월 승인을 받고도 공사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음성 오향골프장과 스위트밸리는 각각 2004년과 2006년 군에 제안서를 접수한 뒤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금융권으로 자금조달이 막혀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골프장이 속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은행들이 골프장 사업에 대한 PF대출을 중지함에 따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전했다.

여기에 골프장 난립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골프장 건설로 인해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등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세수 확대를 명분으로 무조건 허가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피해방지를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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