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정치를 입힌 제9대 충북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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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정치를 입힌 제9대 충북도의회
  • 김진오
  • 승인 2011.07.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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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자율학습 실태 점검 등 민감 사안 과감히 다뤄
정당 간 뚜렷한 시각 차 ‘리틀 국회’ 평가 엇갈려

충청북도의회가 스무 살 성인이 됐음을 과시하듯 크게 변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시민사회단체에서나 주장했을 법한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되고 의원들 간에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 대신 지적과 견제를 통해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교육위원회가 폐지되고 도의회의 역할을 확대함에 따라 교육청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성향의 의원들과 보수성향의 교육계가 갈등을 빚으며 적잖은 논란거리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야당 일색의 도의회가 지나치게 독주한다’ 또는 ‘특정 의원을 왕따 시키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의회다운 의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화와 토론, 냉정한 비판과 견제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가 지방의회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회 역할 어디까지?’ 화두 제공

제9대 충북도의회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교육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학원교습시간 단축과 야간자율학습 점검단 구성. 두 사안이 불러온 논란에 비해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의회 스스로 사회 문제들을 공론화 시켰다는 것  만으로도 지난 의회와 비교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의회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측은 지난 8대 의회 때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대학 학자금 이자 지원조례와 견주며 적극성에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주민제안으로 추진된 대학 학자금 이자 지원조례안이 제출됐지만 8대 의회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조례 제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학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청원서에 서명하는 등 뜻을 모았지만 의회가 처리하지 않아 무산됐다. 반면 9대 의회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의회가 먼저 나서고 있다. 학원 심야교습 제안 조례 제정이나 야간자율학습 실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은 남지만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야간자율학습 실태 점검은 의회가 보수의 높은 벽 넘기를 시도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간자율학습이 말 그대로 자율로 이뤄지는 지 점검해 보자’는 어찌 보면 단순한 논리에서 출발했지만 교육계는 ‘교장의 재량권 침해’라는 논리까지 들이대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광희 의원이 “교육청도 도의회로부터 견제와 감시를 받는 기관인 만큼 의회가 학교 현장의 야간자율학습 실태를 점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라며 항변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높은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이기용 교육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야간자율학습 실태 점검단 구성은 실패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차원의 점검으로 크게 후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의회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화두를 제공하기에는 충분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몸에 배인 기존의 인식이 변화 요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의회가 논의를 기피했던 사안을 과감히 끌어안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앞장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주민들의 대표인 의회가 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지방의회도 정당정치 바람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의 배경에는 중앙정치에 종속될 우려가 높고 지방의회는 생활정치의 범주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역대 지방의회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색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좋게 평가하면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다 보니 화합을 우선했고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대충주의가 만연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8대 충북도의회는 여당일색으로 구성됨으로서 다양한 색깔을 나타내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이라야 비례대표로 선출된 최미애 의원과 보궐선거를 통해 김광수 의원이 합류한 정도였다. 

하지만 제9대 충북도의회는 크게 달라졌다. 민주당이 압승하기는 했지만 5명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교육의원과 자유선진당을 비롯해 민주노동당까지 의회에 진출했다. 여의도 국회의 축소판이라는 ‘리틀 국회’라는 별칭이 따라 붙게 된 것이다.

진천군의회의 경우 전공노 충북본부장 출신의 민주노동당 김상봉 의원이 부의장을 맡으며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일본의 동경, 요코하마 등지로 해외공무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한 ‘공무국외연수보고서’가 관광성 외유 시비를 잠재우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부의장은 블로그와 자전거를 이용해 주민들과 소통하며 탈 권위를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물론 지방의회에 정당 바람이 부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실례로 도의회의 경우  민주당 소속 다수 의원들과 한나라당 소속 김양희 의원의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이시종 지사 저격수를 자처하며 주요 사안마다 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이렇다보니 의회 자체적으로 결정된 사안들이 특정인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 아니냐는 시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정질의 횟수 제한과 5분 발언 사전원고 제출. 의장단은 골고루 도정질의 기회를 부여하고 발언 내용을 전체 의원들이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차단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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