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태풍’ 대비 손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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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태풍’ 대비 손 놓았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8.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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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올 하반기에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이 만드는 종합편성채널과 연합뉴스의 보도전문 채널이 개국한다. 새로운 종편이 만들어지면 방송업계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프로그램 내용도 선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게다가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미 방송의 공영성, 공공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종편이 아닌 지상파 방송사들의 최근 일탈적인 행위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권의 언론장악은 너무나 손쉽게 모든 것을 바꾸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과연 지역언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다.

유명한 피디들의 종편행, 종편에서 추진한다는 드라마 소식 등 간간이 종편이 시작됨을 알리는 기사들이 나왔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충북일보가 지난 7월4일 <“종편 출범 땐 지역신문 광고 타격”>이라는 기사를 싣고,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 지역신문도 광고수입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충청타임즈 역시 미디어면에 간간이 다른 언론이나 기자협회보에 보도된 기사들을 인용해 종편의 영향을 전망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 외에는 정말 없다. 지역일간지들이 자체적으로 종편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면상으로 종편을 진단하는 자체적인 기사를 전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7개 이상의 지역일간지가 경쟁하는 우리 지역에서 종편으로 인한 영향을 전망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있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역방송은 어떨까. 요즘 지역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매가리가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시들시들하다. 치열함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표적으로 방송뉴스만 봐도 감지할 수 있다. 방송뉴스에서 특종을 볼 수 있었던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방송 3사의 보도 아이템에 큰 차별성을 찾기 힘든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여러 현실적인 여건과 어려움을 감안한다 해도 아쉬울 때가 많다. 방송에서 또 중요한 문제가 광고다.

앉아서 당할 순 없지 않는가

그동안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라는 미디어랩을 설치해 공영미디어랩 형태로 운영해왔다. 지난 2008년 11월27일 헌법재판소는 광고공사의 판매대행 독점은 헌법 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고, 민영미디어랩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미디어랩 논의를 전혀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조·중·동·매 종편이 방송광고에 직접 나설 수 있다.

여론독과점 형태를 보여 온 신문들이 방송도 하게 되고, 광고까지 직접 영업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들은 광고영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기업체나 지자체에 광고 영업을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기존 공영미디어랩 체제에서는 지역방송이나 군소종교방송 등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존재했다. 이제 이마저도 지켜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정된 광고시장에 조·중·동·매 종편이 끼어들어 또 다시 파이를 줄여야 하고, 지역방송이나 군소방송 등을 정책적으로 배려하지 않는다면 광고 경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역신문의 주요 광고인 정부광고와 건설사 광고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자체 홍보예산에서 종편의 파이를 또 나누게 될 수 있다.

광고사정은 점점 힘들어지고, 주민들에게는 별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지역언론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어떤 태풍이 또 밀려올까. 태풍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자. 지역언론의 존재가치와 이유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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