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와 맞바꾸는 강호동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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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와 맞바꾸는 강호동 몸값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8.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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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강호동이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처음엔 강호동 하차설이 나오더니 급기야는 6 개월 후에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결론이 내려진 모양이다. 국민예능프로그램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그램 주요 진행자가 그만둔다니 충격과 논란이 분분했다. 이렇게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프로그램을 때려치울 만큼 막강한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보도된 기사들을 살펴보니 강호동은 중앙일보가 만드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로 가기로 한 모양이다. 이미 회당 1억원이라는 출연료를 받는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엄청나게 큰돈이다. 강호동이 정말 1억원을 받을 만큼의 값어치 있는 연예인인가는 논외로 하자. 중요한 건 1억원이라는 돈은 과연 어디서 나오고,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돈인가 하는 문제다.

강호동만이 아니다. 많은 피디들이 종편으로 옮긴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도 더 많은 돈을 받고 움직인다. 이들의 전 직장은 지상파 방송사다. KBS, MBC, SBS 방송사들은 월급 면에서는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 돈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명예로운 일터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다는 매력도 작용했을 테고, 지금보다 더 나은 여건을 제공하겠다는 데 끌렸을 수도 있다. 이 돈은 또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강호동을 잡는 일도, 유명한 예능프로그램 피디들을 빼오는 일도 모두 돈이 필요한 일들이다.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이런 신문들이 워낙 돈이 많은 부자신문들이어서 이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일까. 부자신문이지만 이 신문들이 자신들만의 돈으로 종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바보소릴 들을 것이다.
수많은 기업체, 사립대학들이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사실 방송에는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기반 시설을 갖추는 것 외에도 제작비 규모가 다르다. 이 돈을 다 어디서 끌어오겠는가. 종편에 광고 직접영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이 때문일까.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미디어렙 논의를 하려고 들지 않는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 직접영업을 하게 해주려는 모양새다.

종편 직접광고 ‘공공은 없다’

또 종편에는 엄청난 특혜가 주어질 모양이다. 신생매체가 자리 잡을 때까지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황금채널을 주고, 전국방송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규제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영미디어렙 제도를 통해 방송사들은 광고 영업을 해왔다. 그래도 공영 미디어렙이 있어서 방송사간의 과다 경쟁을 막을 수 있었고, 시청률은 낮아도 꼭 필요한 공익성을 갖춘 프로그램과 시사 프로그램 등이 방송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도 배려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 종편이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미 신문에는 기사인지, 광고인지 헛갈리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방송도 다르지 않다. 재벌과 대기업, 자본권력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언론환경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언론에서는 종편이 광고 직접영업을 하게 되면 매체의 영향을 이용해 광고수주를 압박하고, 폭로성 취재나 광고를 빌미로 한 영향력 행사로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없는 등 비판적 저널리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문제제기 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또다시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번 파업은 공정방송 쟁취와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 금지를 내건 파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최소한의 언론자유라도 지켜내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강호동 1박2일 하차소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다.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에 귀를 기울이자. 강호동 몸값과 언론자유를 맞바꿀 수는 없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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