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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희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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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희망을 보고 싶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9.2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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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나는 매일 아침 5개의 지역일간지를 본다. 신문을 보면서 그날그날의 뉴스 중 눈에 들어오는 기사들을 찾는다. 먼저 신문을 본 후에는 남편에게 “오늘 가장 눈에 띄는 기사는 뭐였어?”하고 꼭 묻는다.

그런데 답이 신통치 않은 날이 더 많다. 그 이유는 사실 신문 수만큼이나 다양한 기사가 없기 때문이다. 한 두 개의 신문만을 보면 잘 모르는데, 여러 개의 신문을 보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어느 신문이고 할 것 없이 똑같은 내용의 기사로 지면이 채워진다는 걸 말이다.

내가 신문을 보면서 보도자료 기사인지를 의심하고 확인하는 방법은 별 게 아니다. 여러 개의 신문을 비교해서 보면 바로 확인 되는 경우가 있고, 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보도자료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어떨 땐 정말 한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껴 쓴 기사들도 볼 수 있다.

통신사 모방기사도 꽤 많다. 통신사 기사를 보충 취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베껴 써 동시에 오보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자는 부족한데 지면은 채워야 하니 보도자료 기사와 통신사 모방 기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기사들을 싹 빼고 나면 정말 자체적으로 취재한 기사는 얼마나 될까. 실제 헤아려 본 적도 있다. 정확한 비율은 차마 못 밝히겠다.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며 보도자료 기사와 통신사 기사를 싣는 것을 눈감아준대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기사들도 많다. 바로 광고성 기사다. 지역신문에는 가끔 등장하는 단골 광고성 기사들이 있다. 최근에는 그 수가 줄었지만 자치단체장 치적 홍보성 기사가 대표적이다.

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광고성 기사도 일 년에 두어 차례씩 볼 수 있다. 이 대학뿐만 아니라 입시철을 앞두고 지역 대학 홍보성 기사가 많이 실린다. 문제는 신문들이 이런 기사를 광고특집 등으로 표기하지 않고, 마치 취재해서 쓴 것인 양 기자 이름을 표기해서 싣고 있다는 데에 있다.

4대강 점검기사 알고 보니 광고대가

최근 신문마다 ‘충북의 4대강 사업 현장을 가다’라는 제목 아래 4대강 사업 점검기사가 날짜를 달리해 실렸다. 기사 내용은 정부가 선전하는 내용 그대로다. 4대강 사업을 아예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썼으며, 4대강 공사로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고, 녹색, 레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홍보성 기사였다.

4대강 공사현장마다 이번 여름 집중호우로 피해가 있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사가 실렸다. 갑자기 왜 4대강 현장 점검기사가 나왔나 했더니, 정부에서 광고를 받는 대가로 실은 기사였다.

정부가 광고만이 아니라 기사로 위장해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인데, 이를 지역신문들이 받아 쓴 거다. 막대한 홍보예산으로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역신문들이 덩달아 나섰다는 사실도 씁쓸하다. 이들 기사에도 기자이름이 있었다.

광고성 기사는 자치단체, 정부, 대학만 하는 게 아니다. 건설사나 기업체 광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9월15일치 신문들 경제면마다 몰링족이 몰린다는 기사가 실렸다. ‘몰링족’이라는 희한한 말이 신기해 자세히 살펴보니 신문마다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지역의 모 쇼핑몰업체 홍보성 기사였다.

같은 내용의 홍보 기사를 어떻게 한날 경제면 톱기사로 편집까지 비슷하게 보도할 수 있는 걸까. 취재를 하지 않아도, 기사를 직접 쓰지 않았어도 버젓이 기자이름을 달아 나오는 기사들을 어떻게 봐야 하나.

지역신문만 그러는 줄 아냐, 가뜩이나 어려운데 그게 뭐가 나쁘냐는 업계의 반론도 잘 알고 있다. 죽는 것보다는 양심을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자정신이니 언론의 역할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해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잠깐의 눈속임으로 독자를 속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광고라고 밝히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광고 기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기자의 취재력이 돋보이는 정말 발로 뛴 기사로 독자들의 실망을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매일 아침 희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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